[평신도 신학강좌] 교회는 무엇인가
입력 2010-10-18 17:41
(15) 중세교회가 로마세계로 간 이유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에 버금가는 제국의 교회로 부상하면서 세상은 갑자기 완전히 바뀌었다. 십자가의 교회가 영광의 교회로 바뀐 것이다. 이제 교인들은 자유롭게 예배도 보고 기독교에 대하여 자유롭게 신앙을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독교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여기저기 마구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로마제국의 영토가 하도 넓어서 거기에는 여러 다른 종족과 문화가 섞여 있었다. 생각이나 정서가 다 똑같을 리가 없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애써 정통의 교리를 세운 교회로서는 그 정통적 신학체계가 동요될 위험성에 놓인 것이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하나님의 다른 섭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곧 교회를 로마세계로 보내신 것이다. 중세교회로 일컬어지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성립되어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거기 보내신 까닭이 무엇일까. 로마사람들은 인류의 문화적 전통으로 법질서와 조직, 기구와 같은 것을 커다란 유산으로 남겼다. 그들은 인류에게 법질서가 필요하고 또 조직이라는 세계에서 함께 사는 규율과 정신 그리고 공동체의식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을 처음으로 역설하고 실천하였던 사람들이다.
여기 기독교회를 하나님이 보내신 것이다. 교회가 세워놓은 신학적 체계, 성서의 가르침, 교리적 정통이 그대로 보존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교회라고 하는 엄격한 조직을 확립함으로써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기능과 힘을 가진 이들이 로마사람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통하여 그의 섭리와 경륜을 이루어 나가신다. 희랍세계에서 그들의 학문과 사변의 능력을 교회에 발휘하게 하셨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역할을 하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는 실로 신묘막측하였다. 초대교회 시대가 끝날 무렵부터 서구는 북쪽에서 대거 침입하는 게르만족, 훈족, 고스족, 반달족의 침탈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야말로 장차 유럽을 걸머지고 나갈 새로운 시대의 주인들이었다. 또 중세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슬람 세계와의 접촉도 빈번하여졌다. 그들은 실제 스페인에까지 힘을 뻗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다 기독교에는 새로운 위험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제 정통의 신학은 체계를 갖추었으니만큼, 잘 지은 성곽과 같은 교회에서 방어되고 보존되고 지켜지다가 후세에 전달되어야만 했다. 밖에서 계속되는 기독교에 대한 공격과 이단으로부터 진리를 수호하고 잘 보존하여야 했다. 중세에는 유난히 새로운 종족들과 문화가 도처에서 에워싸던 때인지라, 별난 사상과 종교적 경건이 돌출하였던 것이다. 확고한 교회가 필요했다.
한 가지 묘한 것은 진리를 품고 안고 잘 지켜서 후대에 전승한다는 기능이 모성의 기능과 같아서 성모 마리아가 중세교회의 상징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민경배 <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