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린 한국시리즈… SK·삼성 웃고 울린 ‘노장의 힘’

입력 2010-10-18 17:5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삼성을 압도하며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데는 경기의 맥을 짚는 베테랑들의 고른 활약이 하나의 활력소가 됐다. 반면 삼성은 세대교체로 인해 베테랑이 수적으로 감소했고, 전반적인 활약 역시 SK에 미치지 못했다. SK가 김성근 감독의 지략과 신예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이어주는 데는 포수 박경완(38)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안방마님’ 박경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부재를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공·수 양면에서 변치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박경완은 LG, SK에 이어 페넌트레이스 3위의 도루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의 발을 6할대의 도루 저지율로 꽁꽁 묶었다. 1, 2차전에서 이영욱에게 도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나머지 김상수, 조동찬, 박한이의 2루 진루를 저지하며 삼성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타선에서도 중요한 한방을 날리며 삼성 불펜을 괴롭혔다. 박경완은 2차전 3-1로 앞서던 8회말 포스트시즌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권혁을 상대로 솔로포를 날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김재현(35)의 활약은 시리즈 초반 SK가 흐름을 타는 데 큰 보탬이 됐다. 2차전에서 삼성 좌완 차우찬의 등판으로 결장하긴 했지만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경기 MVP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3-3 동점이던 5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오승환의 공을 센스 있게 끊어 쳐 결승 2타점으로 연결시킨 것이 1차전의 승부처가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전패의 징크스를 가진 SK가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경기에서 실마리를 잘 풀어냈다.

박재홍(37) 역시 1차전 5회말 2사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2차전에서는 지명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2안타의 멀티 히트를 기록해 내며 제 몫을 다 했다. 이호준(34)도 1차전 4번 타자로 나와 팀에 한국시리즈 선취점을 선물했다.

반면 삼성은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진갑용(36), 박진만(34), 박한이(31)의 활약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불펜진의 난조도 있었지만 진갑용은 공·수에서 모두 박경완에 밀렸다. 유격수 자리를 신예 김상수에게 물려준 박진만은 1차전 대타로 나와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2차전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했던 박한이는 8타수 2안타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4할대의 맹타를 날리며 고비 때 삼성을 구했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