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동전의 가치…5억원어치 녹여 12억 꿀꺽
입력 2010-10-18 00:23
경찰이 10원짜리 동전 수억원어치를 녹여 판 일당을 붙잡았다. 하지만 화폐 훼손은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어 동전을 녹일 때 나온 불순물을 무단으로 처리한 혐의만 적용키로 했다.
17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노모(53)씨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 이모(43)씨의 주물 공장에서 10원짜리 동전 5억원어치를 용광로에 녹여 황동을 만들어 팔았다.
노씨는 황동을 ㎏당 7500원씩 동파이프 제작업체 등에 팔아 12억원 상당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노씨가 황동 1㎏을 만드는 데는 10원짜리 동전 250개가 들어갔다. 동전을 녹여 만든 황동 1㎏을 팔 때마다 5000원씩 이익을 보는 셈이었다. 노씨는 전국 은행과 구멍가게 등을 돌며 10원짜리 동전을 수집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노씨 등 3명을 화폐 훼손 혐의가 아닌 동전 용해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을 무단 폐기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 등)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동전을 용광로에 녹이는 과정에서 생긴 찌꺼기를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하지 않고 공장 부지에 쌓아두거나 내다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형법은 화폐를 사용할 목적으로 위조하거나 변조한 행위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국내 화폐를 위·변조하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노씨 일당처럼 동전을 금속덩어리로 만들어 파는 행위는 위·변조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6년 몇몇 국회의원이 화폐 훼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며 “현재는 돈을 훼손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