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길어지는 초저금리… 후유증 ‘적색경보’
입력 2010-10-17 21:42
당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초저금리가 장기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가 되면서 은행에서 돈들이 빠져나와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또 가계 및 저신용자 대출도 최근 오름세다. 이는 자산버블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실물경제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 거품이 터질 경우 서민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산 무브먼트 본격화, 예금자 울상=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저 2%대로 낮아졌다. 9월 소비자물가(3.6%)를 고려하면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예금에 돈을 넣어 1년 뒤 찾을 때 손에 쥐는 이자가 없는 셈이다. 예금이자를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노년층이나 퇴직자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은행자금의 이탈이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수신 잔액은 8월 3조5000억원에 이어 9월 중에도 3조3000억원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반면 고객예탁금과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3일 현재 14조6750억원으로 지난 8월 말 12조6814억원보다 2조원가량 늘었다. CMA 잔고도 43조2444억원으로 이 기간에 1조원가량 증가했다.
신용거래 융자는 5조3092억원으로 2007년 8월 3일 5조3343억원 이후 3년2개월여 만에 가장 많다.
우려되는 자산거품=아직까지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섣불리 과열양상을 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저금리 하에서는 주가가 ‘대세 상승장’으로 바뀌거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기미가 있으면 순식간에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불거진 전세대란 현상과 지방 아파트 가격상승을 자산가격 거품의 징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7월 지방 아파트 거래량은 2006~2009년 7월 평균보다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경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도 감소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서울의 경우 지난 6월 전월대비 매매가가 0.6% 내렸지만 이후 감소세는 0.5%(7,8월), 0.3%(9월)로 나타났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상승세도 여전하다. 주택담보대출은 10개월째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8월 3000억원 감소했지만 지난달 다시 1조 7000억원 증가했다. 모기지론 양도를 포함하면 2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물가·가계부채 시한폭탄 될 수도=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은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3%를 웃돌았다. 한은은 연말까지 3%대의 물가상승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선행지수인 생산자물가도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특히 농림수산품의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달 대비 16.0%나 올라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요 측면의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해외 옥수수와 밀 등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석호 모형곡물팀장은 “국제 곡물가는 국내 물가에 3~6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 초 수입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저금리로 인해 소비자들이 빚을 쉽게 내면서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과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기준 153%로 영국(161%), 호주(155%)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한국신용정보 보고서는 저신용층인 9∼10등급의 부도율(대출 이후 12개월 이내 채무불이행 또는 단기연체 90일 이상이 발생한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9등급 부도율은 지난 6월 33.3%로 전년 동월(27.6%)보다 높아졌고 10등급은 같은 시기 53.9%에서 57.3%로 상승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