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치솟는 전셋값에 구매심리 꿈틀…주택 매매시장 회복 신호탄인가

입력 2010-10-17 21:37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쌍용 1차 아파트. 이달 들어 105㎡형의 거래선은 3억1500만~3억6000만원. 올 초보다 3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인근 T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7일 “전셋값이 연초보다 20% 가까이 오르면서 최고 1억6000만원가량 되다 보니 임차인들이 급매물에 눈을 돌리면서 가격 오름폭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회복의 신호탄일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지역, 특히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상승효과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량도 4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해양부가 이날 내놓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3만3685건으로, 8월(3만1007건)보다 8.6% 늘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2248건) 및 수도권 거래량(9022건)은 전달보다 각각 5.9%, 11.5% 늘었다. 9월 거래량은 지난 7~9월 계약분의 일부인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보다는 전셋값 상승과 금리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셋값 상승지역의 확산에 주목하고 있다. 매매시장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등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와 비교할 때 신도시(0.29%) 및 경기(0.25%) 지역이 서울(0.14%)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입주물량이 쏟아져 집값 하락세를 보였던 이른바 ‘입주폭탄’ 지역인 용인이나 일산 등 대단지에서는 최근 ‘전셋값 상승→급매물(분양권) 소화→가격 상승’ 등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입주가 안돼 텅 비어 있던 일산 자이 위시티의 경우 최근 전세수요가 몰리면서 중소형(84㎡)은 매주 전셋값이 1000만원씩 오르는 상황이다. 매매가 역시 4억2000만원에서 이달 들어 4억3000만~4억5000만원 선으로 조정됐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조치도 거래 시장에 동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전세 수요의 이동으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함께 분양 및 매매시장 분위기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STX건설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개관한 수원시 이목동 ‘수원 장안 STX 칸’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총 2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같은 기간 금호건설이 문을 연 남양주시의 ‘신(新) 별내 퇴계원 어울림’ 모델하우스에도 8000명 넘게 방문했다. STX건설 관계자는 “근래 들어 보기 드문 ‘초만원’이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추석 이후 주택 매매시장은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전셋값 상승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중대형 주택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중소형시장은 거래 물꼬가 다소 트인 것 같다”면서 “다만 시장이 확실히 바닥을 찍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