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박윤배씨 전화 인터뷰 “불법경영 하지말자 했는데…자기주장만 고집”

입력 2010-10-18 00:17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 수사가 속전속결이다. 지난 4월 태광그룹의 케이블 방송 사업 확장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설을 내사하다 그만뒀던 검찰 수사가 갑자기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는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처음 제기한 서울인베스트 박윤배(53)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태광그룹 자문위원으로 구조조정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며 “이호진 회장이 회사를 사유화하려고 해서 퇴진 운동을 주도해 해고당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우중공업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된 뒤 1999∼2002년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태광그룹 자문위원으로 영입돼 2004년까지 3년 동안 일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인베스트는 태광산업 소액주주들의 사모펀드다. 자문위원 재직 시 거의 매일 이 회장을 만났다는 박 대표는 태광 근무 당시를 “불법 세습이나 비자금 조성의 조짐이 보였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1년9개월 동안 태광의 불법 행위를 조사한 자료 일체를 한 달 전쯤 검찰에 넘겼다”고 했다. 검찰에 태광그룹 의혹을 제보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이 회장이 ‘불법 경영 하지 말자’는 내 얘기를 안 듣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니까 섭섭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대표는 “태광그룹 자문위원으로 매년 5억원씩 5년 계약을 했다”며 “자문료는 첫해인가 두 번째 해까지 받았는데 정확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광그룹 측에 거액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그룹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 어머니인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이사의 영향력에 대해 “돈에 관한 전권을 행사한다고 보면 될 만큼 압도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태광그룹을 상대로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 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부산 좌천동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을 압수수색했던 검찰은 16일 이 회장의 서울 광화문 사무실과 장충동 자택, 부산에 있는 그룹 소유 골프장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례적이라 할 만큼 빠른 속도다. 이를 두고 박 대표 외에도 이 회장의 경영권 독주를 견제하려는 일가친척이나 해고된 직원 중 누군가가 내부 정보를 검찰에 제공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15일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귀국도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한 검찰이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