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10-17 18:04
(16) 칠병이어(七餠二魚) 사건
‘오병이어’는 신앙인들에게 익숙한 말이다. 내가 아내와 장모님을 따라서 교회에 처음 나가고 예배에 너댓 번 참석했을 땐가 보다. 오병이어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예수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을 배불리 먹이셨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아내와 입씨름을 했다.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저히! 아내는 하나님이 일으키신 기적이라고 했다. 기적이라고 하면 더 할 말은 없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깨달음은 삶에서 왔다. 아내 태중에 있는 둘째 아이 덕분이다. 임신 2개월쯤 되는 때 장애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병원에 매달 다니면서 이런 저런 점검을 했다. 지금은 임신 5개월이 넘었다. 눈으로 직접 태중의 둘째를 보진 못해도 초음파나 이런 저런 의학적 진단 데이터를 보게 되니 둘째가 자라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둘째가 이미 출생해서 우리 가족 가운데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기적이었다. 생명이 자라는 현상은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생명 현상을 이끄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게 되었다. 이런 내 얘기를 듣고 신학박사 선배가 한마디 한 게 마음에 새겨져 있다. “하나님은 말이야, 자녀를 통해 부모를 가르치셔.”
마가복음이 전하는 예수 이야기를 읽고 분석하고 묵상하면서 마가복음에는 오병이어 사건 말고 ‘칠병이어’ 사건도 있다는 걸 알았다. 마가복음에 먹는 잔치가 두 번 있다. 선배한테 들은 얘기와 책 몇 권의 도움을 받아 이 두 번의 사건이 아주 중요한 뜻을 갖고 있다는 걸 보았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과 연관해서 말이다.
마가복음 6장 34절 이하에 오병이어 사건이 기록돼 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유대인이 사는 곳이다. 유대인들에게 이 사건이 광야의 만나를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구약 시대 역사에서 40년 광야 생활을 할 때 하나님이 주신 먹거리였다. 광야의 만나는 위대한 섭리였다. 하나님이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을 무시하지 않으신다는, 아니 세심하게 신경을 쓰신다는 위대한 메시지다. 이스라엘 백성이 어려운 시기를 걸어가고 있을 때마다 그들은 광야의 만나를 기억하면서 하나님의 현실적인 도우심을 기대하며 기도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위대한 시대에 놀랍게 개입하신 하나님이 지금 여기에 오신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
8장 1절 이하에 또 한 번의 먹는 잔치가 벌어진 기록이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사건이 이방인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7장 24절부터 보면 예수님은 이스라엘 땅을 북쪽으로 벗어나 두로와 시돈으로 간다. 거기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큰 원을 그리며 갈릴리 호수를 넓게 싸고 돈다. 그러면 이방인 지역 데가볼리다. 거기를 통과하여 동쪽에서 갈릴리 호변에 접근한다. 먹는 잔치가 벌어진 지역이 여기다. 이때 떡은 일곱 개였다(5절). 물고기는 ‘작은 생선 두어 마리’였고(7절). 유대인 땅에서 일어난 사건을 오병이어라고 부르니, 거기에 짝을 맞추어 칠병이어라고 하면 꼭 좋다. 예수님은 먹는 일, 식탁의 나눔을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로 이으신다. 그게 구원의 길이었다. 예수의 길이 점점 또렷해진다.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