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또 우리 선박 납치… 금미305호, 10월9일 케냐서

입력 2010-10-17 21:41


아프리카 동부 케냐 해상에서 조업하던 금미305호(241t)가 지난 9일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17일 “케냐 라무 지역 인근 연안에서 금미305호가 해적에 납치됐다”며 “선박에는 선장 김모(54)씨와 기관장 김모(67)씨 등 한국인 2명과 중국인 선원 2명, 케냐인 39명 등 총 43명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금미305호의 선적은 케냐이며, 소유주는 선장 김씨의 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쪽 해적들의 본거지인 하라데레에 억류돼 있다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미305호를 지원하고 있는 케냐 현지 선박 대리점 관계자 김모(38)씨에 따르면 어선에 장착된 GPS(위성추적장치) 정보로 파악한 결과 금미305호는 16일 밤(현지시간)부터 소말리아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17일 정오 하라데레에서 180㎞ 떨어진 지점에서 계속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나 이동 이유는 알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발어선인 금미305호는 한 달 전부터 라무 16㎞ 해상에서 2개조로 24시간 조업하며 게를 잡아 왔다. 선박이 피랍된 지역은 해적들의 본거지에서 400㎞ 이상 떨어져 있으며, 케냐 해군이 순시하는 안전지대로 알려졌다. 육지와 전화 통화도 가능한 곳이다. 이 때문에 무장한 해적들이 야간에 기습적으로 배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미305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의 정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금미305호 실종 신고를 받고 현지에 파견된 해군 등을 통해 피랍 사실을 확인했다.

선장 김씨는 부산에 연고를 둔 원양어선 업체 금미수산 대표로 경영난을 겪자 2007년 폐업신고를 하고, 케냐에 선박 대리점을 낸 뒤 배 한 척으로 직접 조업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가족과 선박 대리점이 해적과의 협상 주체가 될 전망이다. 케냐 정부도 석방 교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해적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재외동포영사국 내에 피랍대책본부를, 주케냐 대사관에 현장대책본부를 각각 설치하고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미305호가 소속된 업체는 빚에 시달리고 있고, 규모도 영세해 통상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해적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월 초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30만t급 대형유조선 삼호드림호도 피랍 190일이 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