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의 기적 거기엔 ‘풀뿌리 교회’가 있었네… 예수마을교회 지역봉사 모범

입력 2010-10-17 19:04


술집과 역술원이 유난히 많았던 서울 중구 신당5동이 최근 문화의 거리로 변하고 있다. 교회와 주민, 경찰관들이 한데 어우러진 ‘풀뿌리’ 치안과 문화 활동이 펼쳐지면서 지역 내 강절도 범죄도 사라지고 있다.

행정구역상 신당역 남길과 율원길, 오거리길에 속하는 이 지역은 서울 시민들에게 ‘신당동 찻집(유흥업소)거리’로 더 익숙하다. 이 때문에 ‘레드존’(청소년 통행금지 제한구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레드존이 ‘블루존’(청소년 안전지대)으로 변한 것과 관련, 마을 주민들은 한결같이 예수마을교회(장학일 목사)의 헌신을 꼽는다. 예수마을교회가 없었다면 신당동의 기적은 어려웠다는 것이다.

2004년 5월 장학일 목사는 지역사회를 주님의 마음으로 바꿔보겠다고 결단했다. 인근 교회 목회자들을 설득해 공동으로 봉사활동을 펼쳐 나갔다. 먼저 지역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거리 청소와 다산어린공원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동네가 깨끗해야 범죄도 줄어든다는 발상에서다. 또 학교 담벼락에 예쁜 꽃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을이 깨끗해지는 걸 목격하자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씩 동참했고 2008년 11월에는 ‘살기 좋은 우리 마을 운동’ 발대식까지 가졌다. 교회는 물론 지역 주민 전체가 나서서 깨끗한 동네를 만들어 나가며 동네에 즐비하던 ‘불법 찻집 없애기 서명운동’도 벌였다. 그러자 거리는 어느새 교회가 세운 음악학교와 커피전문점, 노인복지센터와 노인대학, 공부방, 가정·법률상담소, 창업대학 등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명소로 탈바꿈했다.

간곡한 교회의 민원은 경찰도 움직였다고 한다. 관할 경찰서는 이 지역을 치안 강화 시범구역으로 지정하고 특별정화 계획을 짜는 등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가동했다. 좁고 어둡고 후미진 신당동 주택가에 CCTV와 조명도 설치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이에 편승해 범죄가 늘어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 착안해 중구청과 함께 ‘창문 열림 경보기’ 1만개를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찾아가는 이동경찰서도 호응을 얻었다. 주간 8회, 야간 4회 등 하루 2시간꼴로 시범구역을 순찰했다.

이 같은 시도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분기마다 10여건을 웃돌던 강도 강간 절도 사건이 최근 감쪽같이 사라진 것. 서울시 동자치회관 평가에서 산하 436동 가운데 신당5동이 최우수동으로 선정됐다. 65곳에 달하던 ‘이상한’ 찻집도 대부분 다른 업종으로 바뀌거나 폐업해 현재 3∼4곳만 남았다.

예수마을교회가 지금까지 동네에 세운 문화 및 편의시설은 21개에 달한다. 교회는 예배당을 증축하는 대신 마을에 필요한 시설들을 세워 주민과 호흡하는 쪽을 택했다. ‘청소년문화마을’이란 사단법인을 설립, 2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복음을 받아들이고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예수마을교회는 마을을 위해 봉사하면서 성장이라는 보너스도 얻었다. 현재 성도는 3000여명. 예배당 본당 좌석이 750석에 불과해 늘어나는 성도들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교회 증축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에 장 목사는 “장소에 구애받지 말라. 성도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하나님께서는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비전을 주셨다. 그 비전은 ‘마을이 교회, 교회가 마을’ 되는 ‘예수 마을 운동’”이라고 설득한다.

19일 창립 30주년을 맞는 이 교회는 앞으로 관계 기관과 지역 사회의 협조를 받아 ‘특화거리 경관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서울 중구 신당5동 일대를 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 범죄율 0%, ‘범죄 없는 마을’(Sin Free Zone)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귀신이 모여 살았다는 신당(神堂)동을 ‘살기 좋은 마을’의 모델로 만들고 싶습니다. 교회는 지역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길러야 합니다.” 장 목사는 앞으로도 ‘신당동의 기적’이 계속되도록 기도하며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