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분실… 조작… 벌레먹은 ‘사랑의 열매’
입력 2010-10-17 18:06
사회복지모금회 잇단 내부 비리… 유흥주점 등서 3324만원 쓰고 업무비로 꾸며
국내 유일 법정 모금 기관으로 국민 성금을 도맡아 관리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잇단 내부 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도·감독 기관인 보건복지부는 공동모금회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1998년 설립돼 ‘사랑의열매’ 운동 등을 벌이고 있는 공동모금회는 수입의 90%가 국민 성금이다.
공동모금회는 지난 5∼7월 전국 16개 시·도 지회와 중앙회를 대상으로 내부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인천지회에서 성금 분실 및 장부 조작, 친인척 거래, 공금 유용 의혹 등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감사 결과 인천지회 모금 담당 A팀장은 2007년 11월 인천시청 공무원이 방문 기탁한 10만원권 백화점상품권 30장을 분실했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는 1주일쯤 후 해당 금액 상당의 상품권을 다시 사서 배분한 뒤 장부 상 날짜를 조작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꾸몄다. A팀장은 현재 “상품권을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회 사무를 총괄하는 B간부는 2008년 1월 기부자가 확인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상품권 분실 사실을 파악했지만 분실·도난 신고나 인사위원회 개최 등 정상적 수습 절차를 밟지 않았다. 공동모금회는 지난달 A팀장을 해고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B간부에게 감봉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인천지회 C부장은 모금 현황을 알려주는 조형물 ‘사랑의 온도탑’을 2006년 제작한 뒤 재활용하면서 2007∼2009년 매년 1000만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장부를 기재해 공금 유용 의혹을 불렀다. C부장은 “제작비로 쓴 게 맞는다”며 혐의를 부정했지만 온도탑 제작·구매 과정에서 친척으로 의심되는 인물과 거래한 의혹까지 겹쳐 지난달 해고됐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공동모금회 경기지회의 내부 비리가 드러났다. 공동모금회가 종합감사에 앞서 지난 5월 6∼12일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경기지회 사무처장 D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3324만원을 유흥주점과 식당 등에서 개인 용도로 쓰고 모금사업 회의를 연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공동모금회는 횡령액을 모두 환수하고 D씨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법적으로 조치하지 않았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변호사 등에게 조언을 받아 처리했다”며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커져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형사고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지회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9049만원 규모의 실내공사를 모두 구매 실무 책임자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했다. 또 허위 날인으로 출석부를 조작해 출근하지 않은 연예인 홍보대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 중앙회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공동모금회 종합감사에 착수, 29일까지 업무추진비 유용 및 경비 부당 집행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공동모금회 감사팀 관계자는 “복지부 감사가 끝나면 비위자들에게 형사고발을 포함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