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금 비리 ‘사랑의 온도계’ 얼릴라

입력 2010-10-17 17:47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성금 분실과 장부 조작, 공금 유용, 친인척 거래 등 다양한 비리와 부정이 발생한 것으로 최근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인천지회에서는 성금으로 접수된 10만원짜리 백화점상품권 30장이 석연찮게 없어졌다. 모금 현황을 알려주는 조형물 ‘사랑의 온도탑’을 2006년 제작해 줄곧 사용했으면서도 해마다 1000만원을 들여 새로 만든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 경기지회의 한 간부는 서류와 영수증을 꾸미는 수법으로 유흥주점과 음식점에서 법인카드로 3300만원을 썼다.

지난주 대한적십자사가 아이티 지진 성금을 구호팀의 고급 호텔 숙박비와 한식당 소주값에 사용한 일이 드러나 국민을 실망시키더니 법정 모금기관인 공동모금회까지 이 모양이다. 앞으로 성금을 기부할 때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공동모금회에 모인 성금은 3319억원이다. 전년도 모금 총액의 10%까지 조직 운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정규직원의 급여와 복리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무엇이 부족한지 성금과 관련된 다양한 유형의 비리가 일어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게다가 공동모금회는 비리 당사자들에 대해 형사고발을 하지 않았다 하니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까지 든다.

국민 성금을 다루는 기관은 다른 기관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린 탓에 공동모금회의 운영은 방만하고 부실했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했다가 적자를 내 보건복지부의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2007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23차례 주의와 경고 등을 받았고 작년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지원금 부당 추천, 배분 부적정 등으로 13차례 지적을 받았다. 붉은 색 ‘사랑의 열매’가 무색해질 일이다.

법정 모금기관을 공동모금회 외에 복수로 지정해 국민에게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 모든 모금기관의 성금 사용내역과 운영비 등을 홈페이지뿐 아니라 신문지상에 상세히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공동모금회의 부실한 성금 관리로 사랑의 온도계 수은주가 뚝 떨어질까 걱정된다. 당국의 튼실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