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클래식’ 책 펴낸 이종구 박사 “심신 안정시켜주는 클래식 건강에 좋아”

입력 2010-10-17 19:14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습니다. 음악은 우리 영혼을 치유하죠. 슬플 때 위로해주고, 힘들 땐 용기를 주고요.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세요. 인생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세계적인 심장전문의 이종구(78·사진) 박사는 클래식 예찬론자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클래식 음반을 트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이 박사가 최근 ‘내 인생의 클래식’(생각의 나무)이라는 초보자를 위한 클래식 입문서를 펴냈다. 15일 오후 서울 청담동 이종구심장클리닉에서 만난 이 박사는 “2∼3년간 쓴 클래식 관련 글들이 어느 정도 쌓였고, 유럽의 클래식 공연을 돌아보면서 겪은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책에는 각 시대와 나라를 대표하는 연주가 및 지휘자의 면면과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의 생생한 분위기를 담은 66개 칼럼이 실려 있다. 또 심장전문의라는 전공을 살려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와 모차르트, 첼리스트인 자클린 뒤 프레의 병에 대한 소견까지 곁들이고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흰색 셔츠에 분홍색 나비넥타이 차림의 이 박사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환자들을 쉴 새 없이 진료했으나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건강 비결을 묻자 “이게 다 클래식 덕분 아니겠어요”라며 웃었다.

“심장은 음악처럼 박동과 박자를 갖고 있죠. 또 우리 정서가 변할 때 심장부터 변하잖아요. 흥분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다 심장 때문입니다. 그러니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편안한 클래식을 들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밖에요.”

195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 박사는 캐나다에서 내과 및 심장내과 수련의를 거쳐 전문의가 됐다. 이후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심장전문의로 활약하다 89년 귀국,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터 소장과 대한순환기학회장 등을 지내며 최고의 심장전문의라는 명성을 쌓았다.

이 박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건 클래식이었다. 유학시절부터 클래식을 듣다 보니 전문가 수준이 됐고 각종 음악잡지에 클래식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현재 한국음악협회 명예이사와 예술의전당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잊지 못할 클래식을 꼽아 달라고 하자 이 박사는 “해외생활이 외롭고 힘들 때마다 차이코프스키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트(협주곡)를 들었다”며 “두 음반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클래식 문화가 무척 역동적이라고 분석했다. 예술의전당 후원회장을 6년간 맡으면서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 공연을 갈 때마다 젊은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한국의 클래식 공연장에는 30∼40대 젊은층이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어딜 가도 클래식에 대한 갈망과 열정은 한국만한 곳이 없다”며 “한국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에 외국 연주자들이 감동할 만큼 우리 공연문화가 성숙해졌으니 우리 클래식의 장래는 무척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