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미국 양적완화 정책은 경기 추가 하락 방어용

입력 2010-10-17 18:43


2008년 이후 3년 동안 미국 등 전 세계 금융시장에 풀린 돈은 3조2500억 달러에 달한다. 통화팽창 단계를 거쳐 파생된 금액까지 합산한다면 그 규모는 2∼3배는 넘을 것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은 대규모 재정지출용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벌어진 지 2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자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사상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17∼20개월 가까이 동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약화된 소비와 고용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준다는 현실적 의미와 상대적으로 환율 약세를 유발, 해당국의 수출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특히 벤 버냉키 의장이 바라는 것도 인플레이션 발생 또는 유동성 팽창과 같은 극단적인 흐름이 아닌 경기의 추가적인 하락을 방어하는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첫째, 미국 내에서도 양적완화에 따른 정책 효과는 논란이 많다. 정부가 뭔가를 하는 것이 낫지만 이미 수조달러를 풀고도 고용과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1조 달러를 더 푼다고 뭔가 달라질 것으로 보는 것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

투자와 실업률 개선이 더딘 것은 위기 이후 위축된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할 만한 동기부여가 없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한다. 또 대규모 유동성에도 미국기업에 대한 대출은 줄고, 가계는 오히려 저축을 하고 있다.

둘째, 통화유통 속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2차 양적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화유통 속도가 줄고 있어 돈을 많이 풀어도 돌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유동성의 힘에 의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지만 여기에는 근원적인 부분이 빠져 있다. 즉 선진국 경제가 얼마나 불안하면 아직도 돈을 더 풀고 있고 실업률은 왜 이리 높은지 등 펀더멘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