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철학박사 출신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 “직원·사회 행복 돕는 게 경영 목표”

입력 2010-10-17 18:43


박진선(60) 샘표식품 대표는 철학자다.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했다. 철학이 천직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창립주인 고 박규회 회장의 장손인 그는 40세가 되던 1990년 샘표식품 기획실장이 됐다. 이때부터 그는 기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을 통해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지난 7일 서울 필동 샘표식품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줄곧 직원들과 사회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직원들의 행복을 돕고, 사회의 행복에 보탬이 되는 가치 있는 사업, 이것이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기업의 목표다.

모든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매출과 이익은 성적표”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좋은 성적을 낼 필요는 있지요. 하지만 좋은 성적표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됩니다. 이익을 단기 목표로 삼을 수 있더라도 기업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의 이 같은 경영철학은 샘표식품의 인재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샘표식품의 인재상은 3가지로 요약된다. ‘겸손, 사심 없는 마음, 열정’이 그것이다.

기업의 인재상도 철학적이다. 스스로를 뽐내는 것이 미덕이 된 요즘 시대에 기업의 인재상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박 대표의 설명은 다르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또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죠.”

박 대표는 손익을 따지는 사람을 바람직한 인재로 보지 않았다. 사심이 없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것과 계산적으로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이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하면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열정을 갖고 일하면 언젠가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일하는 순간이 즐겁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인터뷰가 끝난 뒤 ‘샘표식품 기업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1시간여 동안 20여명의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일류가 되려면 10년 이상 몰두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남들보다 특출해서라기보다 몰두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몰두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십시오.”

기업탐방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표와의 대화 외에 공장·농장방문, 모의면접, 선배들과의 대화로 짜여져 있다. 샘표식품은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뒤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고 보다 쉽게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샘표식품은 음식 문화에 대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행복한 직원들이 만드는 좋은 음식을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것. 나아가 해외로까지 우리 음식문화를 알리는 것이 샘표식품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기업탐방에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전해주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박 대표에게 기업은 사회의 행복을 담당하는 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목적은 돈 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돈을 버는 것은 기능일 뿐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이 가진 가치죠.”

박 대표는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직원들 집안 대소사도 가급적 직접 챙긴다. 매년 자신의 생일 때 직원들과 조촐하게 파티를 열기도 한다. 지난 2월에는 직원들로부터 아이팟 터치를 선물 받았다. 회사 비용이 아니라 직원들이 조금씩 모아 환갑 선물을 전한 것이다. 그는 스마트하게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전공이 전자공학인데, 젊은 친구들보다 낫다”며 환하게 웃었다.

샘표식품은 1946년 창립해 올해로 64주년을 맞은 장수 기업이다. 하지만 행복을 가장 높은 가치로 두고 경영하는 박 대표와 직원들에게 샘표식품은 젊고 활기 넘치는 기업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