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지나친 관심에 불편한 칠레 광부들… 회견 자청 “거리 유지” 촉구
입력 2010-10-17 18:18
칠레의 구조된 광부들이 언론의 취재 열기에 불편해한다고 AP통신이 17일 전했다.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구조된 광부 중 1명인 후안 이야네스는 16일(현지시간) 다른 6명의 광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자들은 광부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함께 회견에 나선 광부 빅토르 세고비아도 “집 앞의 수많은 취재진에 놀랐다”며 “우리는 살아남은 보통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광부들은 병원에서 퇴원할 때도 변장을 해야 했다. 몰려든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33명의 구출 광부 중 퇴원한 이들은 31명. 코피아포 병원 앞엔 전 세계 수백명의 취재진과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부들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으며, 가족도 동반하지 않았다. 광부 4명은 건설현장 인부로 작업복을 입었고, 한 광부는 흰 가운을 입고 의사인 척 병원 밖을 활보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전날 퇴원한 에디슨 페냐, 카를로스 이야네스, 카를로스 마마니 등 3명의 광부는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포위돼 곤욕을 치렀었다. 라우렌세 골본 광업부 장관도 취재진을 향해 “광부들은 가족과 함께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말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부 33명은 구출 후 첫 일요일인 17일 산호세 광산에서 모여 함께 미사를 볼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 에콰도르 등에서 광산 사고가 잇달았다. 중국 허난성에선 16일 탄광 가스폭발로 21명이 숨지고 16명이 매몰됐다. 에콰도르 포르토벨로에서도 금광 붕괴로 매몰된 4명 중 2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