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부담감에… MB “잠이 잘 안온다”

입력 2010-10-17 17:56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장관들에게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단군 이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이만큼 주도적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매우 감격스럽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며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 국무위원이 전했다.

이 대통령이 느끼는 부담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우선 G20 정상회의 의장국 대통령으로서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부담감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미국, 중국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라 외에도 수많은 나라가 G20 정상회의에 회원이나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며 “이들과의 회의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등 난제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전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는 G20 외에도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나라들도 참석한다. 세계 각국의 경제 현안과 이해관계를 숙지해야 하고, IMF 쿼터 조정 등 미합의 의제들에 대한 적절한 조정안까지 준비해야 하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대부분의 현안을 서울 회의로 넘겨버린 데 따른 부담도 크다. 이 대통령이 요즘 “회의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다른 하나는 갑작스럽게 세계경제의 최대 이슈로 불거진 환율 갈등이다. 이미 언론에서는 환율 갈등을 서울 G20 정상회의의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다. 한국 정부도 환율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는 ‘서울 회의의 의제가 아니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논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다만 환율 문제는 서울 G20 정상회의의 정식 의제가 아닌 데다 이번 회의에서 결론내릴 수도 없는 문제인 만큼 오는 22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정 정도의 합의를 유도하되 이게 어려울 경우 서울 회의 이후로 논의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 회의 이후에 곧바로 일본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있다”며 “APEC 회의에서도 환율 문제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세안+3 회의’에 참석, 서울 회의 중심 의제인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주도하고, 이후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영토 문제 및 환율 문제 등을 사전 조율할 예정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