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하락에 기업은 손 놓고 있다니

입력 2010-10-17 17:47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9월, 1100원 수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1600원선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원화가치 폭락)했으나 이후 몇 차례의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1112.80원, 2009년 10월 15일 환율은 1163.60원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대략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아래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환율 하락은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우선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여 온데다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지지부진한 국내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확대를 재개하는 한편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을 유도하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이른바 고환율 정책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압박하는가 하면, 일본은 엔고 추세를 막으려고 혈안이다. 주요국들의 고환율 정책에 이어, 과도하게 풀려난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 등으로 몰리면서 원화가치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환율을 떨어뜨리는 압박 요인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대·중소기업 500곳을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6.4%(복수응답)만이 환율 위험 헤지 상품에 가입했다고 답했다. 헤지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조차도 관련 전문 인력을 보유한 곳은 7%뿐이다. 국내 기업 10곳 중 7∼8곳은 환율 변동위험 대비책이 없는 셈이다.

다음달 열리는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로서는 내놓고 환율 개입 정책을 펼 수도 없다. 환율 급등락을 차단하는 것은 외환 당국의 몫이라고 해도 환율 하락세는 결국 기업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면 그에 상응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헤지 상품 가입과 같은 단기 대응책은 물론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