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정영식] 글로벌 환율갈등과 우리의 대응

입력 2010-10-17 17:49


최근 글로벌 환율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환율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여기에 IMF는 대규모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미국 편을 들고, 러시아는 미국이 자신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율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중국의 입장을 옹호한다.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해 환율갈등을 가중시킨 일본은 중국과 함께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 국가로 한국을 거론하기까지 하였다. 나아가 브라질, 태국 등도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가세함에 따라 환율갈등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환율갈등에는 크게 4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각국이 경쟁적으로 수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으나 각국은 대규모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과 확장적 금융완화정책 등 경기부양 수단을 소진한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수출이 경기를 지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수출 확대 통한 경기부양 탓

둘째, 수출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환율 조정이기 때문이다. WTO 등에서는 자유무역 촉진을 위해 회원국이 일방적 보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환율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다.

셋째,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위안화의 저평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과소비 등 미국 내부적 요인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각국의 정치·경제적 특수한 상황도 환율갈등에 일조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실업률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높은 수출의존도 및 외자기업 의존도 등 위안화 절상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우려하고 있는 데다 정치적으로 외부 요구에 의한 환율조정을 거부하고 있다.

환율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한국은 11월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써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환율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조정자 역할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몇 가지 대응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환율갈등에서 세계 각국의 공격적 행보는 국제적인 합의안 도출과 세계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지금부터 전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제적인 합의 도출이 없는 상황에서 환율갈등의 고조와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세계경제의 재침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의 부작용을 지적해야 한다. 늘어난 유동성이 원래 목적인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에 머물러 있기보다 신흥시장으로 유입돼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한 신흥국 경제의 불안은 곧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 조치가 이들 국가에 잔류하고,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단기자금 흐름에 대한 감독과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유동성 확대의 부작용

마지막으로 환율갈등의 조정도 1985년 플라자 협정보다는 펀더멘털을 반영하면서 유연한 환율제도를 촉구한 ‘2003년 두바이 G7 합의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상황이 2003년 상황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최근은 85년과 달리 세계 역학구도가 미·중 간, 나아가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갈등관계에 있고, 신흥국이 대규모 환율조정을 단행할 경우 수출둔화를 극복할 수 있는 내수경기 부양수단이 이미 많이 소진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완만한 환율조정이라는 ‘2003년 두바이 G7 합의’라는 전례가 있음을 부각시켜야 한다.

정영식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