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은 장어요리? 상식 밖 명작 이야기

입력 2010-10-17 22:18


KBS ‘명작 스캔들’, 지상파 최초 문화예술 주제 토크쇼

“원래 명작이 되면 별별 얘기가 다 나와요. 그래야 명작이지요.” 가수 조영남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대해 쏟아지는 갖가지 해석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이는 KBS 1TV ‘명작 스캔들’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19일 오후 11시 30분에 명작을 주제로 한 토크의 향연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김정운 명지대 교수가 조영남에게 ‘최후의 만찬’을 화투로 재해석해보지 않겠냐고 농담을 던진다. 그러자 조영남은 한술 더 떠서 “가운데에는 팔광을 넣고 유다 자리에는 똥광을 넣는 식으로…”라면서 자신의 화투 그림을 ‘최후의 만찬’에 접목시킨다. 명작의 품위를 훼손하는 행동이 아니냐고?

‘명작스캔들’의 제작진은 오히려 고상하고 품위 있어야 하고, 그래서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명작들이 이제는 좀더 친근하게 우리에게 다가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문화 관련 프로그램들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문화’ 하면 채널이 돌아간다는 게 방송가의 통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명작 스캔들’은 출연자들이 명작을 소재 삼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판을 깔아 놓는다.

명작을 두고 시끌벅적한 수다가 가능한 것은 예술에 대한 나름의 내공이 깊은 조영남과 김정운 교수 덕분. 가수이자 화가로 문화예술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조영남은 평소 지식을 쏟아놓을 곳을 못 찾아 답답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물 만난 고기처럼 이야기를 풀어낸다. 문화심리학 박사이자 타고난 입담꾼인 김 교수는 ‘아무거나 박사님’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어떤 작품을 들이대도 재치있는 해석을 내놓는다. 여기에 홍일점 최원정 KBS 아나운서는 쉴 새 없이 떠드는 두 ‘박사님’을 진정시키고 프로그램을 차분하게 이끌어간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민승식 PD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명작이란 달달 외워서 알아야만 하는 어려운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명작은 누구나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소재다. 명작 안에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무궁무진한데, 그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명작 스캔들’의 첫 메뉴는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다. 제작진은 만찬 속 메뉴가 ‘장어요리’라는 미국 학자 존 바리아노의 주장을 파헤치기 위해, 그를 만나러 미국까지 건너간다.

두 번째 주제는 베토벤 교향곡 ‘운명’. “딴따따따”로 시작되는 ‘운명’의 첫 소절이 베토벤 할아버지가 작곡한 노래의 첫 소절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에 대해 ‘명작 스캔들’ MC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출연진과 방청객들은 저마다의 해석을 쏟아내는데…. 명작은 진실을 알고 있겠지만 말이 없고, 선택은 시청자의 몫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