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유동성… 자산가격 인플레 오나

입력 2010-10-15 18:25


글로벌 환율전쟁에 따라 물밀듯이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과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기피 기조가 겹쳐 내년 국내에서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돈의 힘으로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 가격이 적정 가치보다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15일 ‘10월 금리 동결의 의미’ 보고서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전날 기준금리를 또 동결한 것은 미국 일본 등의 통화팽창 정책에 동참해 국내의 자산 인플레이션을 용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석 연구원은 “선진국의 통화팽창 정책, 한은의 출구전략(금리 인상) 지연, 우리나라의 대규모 국제수지 흑자 등으로 내년에는 한국 경제에서 자산가격 ‘붐’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최근 예금금리나 채권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는 것은 자금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으로의 이동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5.3%, 매매가격은 1.1% 오른 것도 자산가격 인플레의 초기 징후로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금통위의 금리 동결 여파로 이날 은행들의 예금금리 하향 조정이 잇따랐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예금금리를 0.1% 포인트씩 내려 우리은행의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은 3.55%에서 3.45%, 신한은행의 1년 만기 월복리정기예금은 3.7%에서 3.6%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기업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은 다음 주 중 금리를 내릴 예정이다.

채권금리는 하루 만에 또 떨어져 사상 최저치 기록을 다시 썼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 포인트 하락한 3.05%로 3% 선에 겨우 턱걸이했다. 채권금리와 예금금리가 내리면 여기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하지만 풍부한 시중자금으로 자산가격이 다소 상승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 상무는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히 떨어져 국내외적으로 풀린 돈들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자산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워낙 침체여서 자산가격 인플레 수준은 못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