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비자금 총액 1조원 넘을 것”…검찰 수사 안팎
입력 2010-10-15 23:52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검찰이 태광그룹을 압수수색 하자마자 임직원들을 소환하는 등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어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태광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일부를 케이블방송 사업 확장을 위한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그룹 모기업인 태광산업 주식을 선친인 이임용 회장에게 물려받으면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과정에서 차명관리 돼오던 태광산업 주식의 약 32%가 누락됐고, 이후 태광산업이 약 18%의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면서 현금화된 수천억원대 자금이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태광산업 소액주주인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15일 “고려상호저축은행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당시 시가로 2000억원으로, 나머지 차명주식까지 더하면 비자금 총액은 1조원이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주식 차명관리자로 의심되는 태광산업 임직원 100여명의 명단과 보유주식 내역도 공개했다.
태광그룹의 또 다른 핵심 의혹은 그룹 계열사인 케이블방송업체 티브로드가 2006년 또 다른 케이블 업체 큐릭스를 인수해 방송 권역을 넓히려 했으나 방송법 시행령에 막히자 법령 개정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방송법 시행령은 특정 사업자가 전국 77개 케이블 방송권역 중 5분의 1(15개)만 보유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당시 티브로드는 14개 권역, 큐릭스는 6개 권역을 갖고 있어 인수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2008년 말 한 사업자가 25개 권역(3분의 1)을 보유할 수 있게 법 시행령이 개정됐고, 티브로드는 지난해 초 4000억원에 큐릭스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06년 말 큐릭스 지분 30%를 사들인 군인공제회 등은 태광그룹 측과 ‘2~3년 내 큐릭스 지분을 넘기되 원금 900억원과 연 10%의 복리이자를 받는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태광그룹이 군인공제회를 통해 큐릭스 지분을 미리 확보해 놓고, 이를 비싼 값에 산 것은 시행령 개정을 확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지분도 이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를 거쳐 티브로드로 넘어왔고, 이 과정에서 이 회장 등이 29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 수사의 종착점은 태광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지난해 4월 군인공제회 이사회 문건을 공개하면서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은 지난 4월 무혐의로 내사를 종결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비자금이 로비에 쓰였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차명주식은 2007년 때 법적으로 정리된 것 이외에는 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현 최승욱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