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태풍·사정태풍·집안싸움… 재계 “뒤숭숭하네”

입력 2010-10-15 23:52

요즘 재계가 뒤숭숭하다. 일부 대기업은 ‘인사태풍’ 조짐에, 일부는 ‘사정태풍’에 어수선한 모습이다. 재계는 특히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사정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남용 부회장에서 구본준 부회장으로 수장이 바뀐 LG전자는 연말인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설로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 1일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자마자 사업본부장 5명 중 2명을 교체한 구 부회장이 판을 새로 짤 것이란 관측이다. 남 부회장이 대거 영입했던 외국인 임원들이 퇴진 1순위로 떠오른 가운데 나머지 본부장들도 위험하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지난 12일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 때문에 연말인사에서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15일 “젊은 조직은 물리적 나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최근 2년 동안 이미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됐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화그룹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비자금 중 일부가 정치권에 유입됐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이런 와중에 김승연 회장의 셋째아들 동선씨가 지난달 말 서울의 한 호텔 바에서 취중 난동을 부린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한화에 이어 태광그룹도 서부지검의 타깃이 됐다. 이호진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비롯해 편법 상속·증여 의혹, 케이블방송사 인수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모두 수사 대상이다.

롯데건설과 아주캐피탈은 지난 5일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하도급업체와의 불공정거래에 관한 제보가 조사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케이스로 걸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일련의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를 놓고 재계에선 정부의 ‘공정사회론’, ‘동반성장’과 관련한 대기업 사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며 다음 타깃에 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가(家)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뛰어들면서 집안싸움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적통(嫡統)임을 내세우는 광고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현대그룹이 외국계 전략적 투자자와 손잡은 것을 두고 ‘국부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