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20 이전 ‘車·쇠고기 마무리’ 파상 공세
입력 2010-10-15 23:52
미국 기업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찾아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을 타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이전까지 양국 의회 비준을 위한 실무협의가 끝나야 한다고 못 박은 가운데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측 파상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협정문 수정을 위한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무협의가 지지부진하다.
◇노골적인 미국의 요구 내용은=미국 기업 간부들로 구성된 ‘한·미 FTA 재계연합’은 15일 지식경제부를 방문, 박영준 2차관을 만나 G20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 FTA 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것을 촉구했다. 13일과 14일에는 각각 전국경제인연합회와 GM대우 본사를 찾아 이러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농업인연맹(AFBF), 전미제조업협회(NAM), 보잉, 시티그룹 등 16개 미국 기업 및 협회 관계자로 구성된 대표단의 방한은 사실상 FTA 추가 협상을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23일 일본에 이어 7일 프랑스 파리에서 고위급 인사 간 비공식 협의에서 자동차, 쇠고기 문제와 관련된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을 전달한 것도 마찬가지 측면이다. 이에 양국의 실무협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말 토론토 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3년간 지지부진했던 FTA 비준에 대한 실무협의를 갖기로 합의한 후 미국은 국내 수입량 연간 1만대 이하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서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쇠고기 전면 개방과 함께 지난 4일엔 스웨터 등 1387개 섬유제품에 대한 즉시 관세 철폐 기한의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 버티기 가능하나=추가 논의를 목적으로 한 실무협의의 종결 시점은 11월이다. 발효시한도 내년 초로 정했다. 그러나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는 현재 이를 지키기 어려운 약속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다음 달 2일 있을 중간선거를 위해 내놓고 있는 요구들을 모두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유럽연합(EU) FTA가 내년 7월 발효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의 끈질긴 파상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고 결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협정문을 수정하지 않는 대신 따로 부속 서한을 만들어 자동차와 관련된 사안을 우회적으로 수용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환경부가 지난달 30일 ‘연비·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고시’를 입법예고하면서 ‘국내 수입량이 소규모인 제작사의 기준’에 대해 “향후 별도로 정한다”고 규정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도 절대 불변의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FTA 국내대책본부 관계자는 “미국도 우리나라에서 한바탕 소동을 겪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무리한 요구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 정부도 협상 문구처럼 ‘국민의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아진 박재찬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