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를 빛낸 작품들… 장이머우 ‘산사나무 아래’ 개막작부터 팬 열기

입력 2010-10-15 23:52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를 비롯, 세계 67개국 306편의 영화가 상영돼 영화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 중 하나는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신작 ‘산사나무 아래’다. 장 감독은 한동안 ‘영웅’ ‘연인’ ‘황후화’ 등 사극 대작들을 연출해왔고,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의 대작들이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과 흡입력 있는 줄거리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수수밭’ 등 그의 초기작들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썩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문화혁명기의 중국을 배경으로 두 젊은이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산사나무 아래’는 주연을 맡은 신인 여배우 저우동위의 풋풋한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과연 장이머우’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연출한 ‘증명서’도 눈길을 끌었다. 줄리엣 비노슈에게 올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 영화는 감독이 비노슈와 함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게 출발점이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풍광을 배경으로 영국 남자와 프랑스 여자 간의 기묘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이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첫 번째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비노슈가 세계적 배우 반열에 오른 스타였던 데 비해 윌리엄 쉬멜은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성악가였던 점도 화제를 모았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유키사다 이사오·장준환·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Carmelia)’도 화제작이다. 사랑에 빠진 여장 비밀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언 푸쉬’, 시공을 뛰어넘는 비현실적인 사랑을 그린 ‘카모메’, 사랑의 기억을 사고파는 시대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러브 포 세일’이 한 편의 영화를 이뤘다.

이밖에도 ‘비 오는 날의 오후 세 시’, ‘댁의 부인은 어떠십니까’, ‘불나비’ 등 명작들이 상영된 ‘김지미 회고전’과 ‘체코 영화 특별전’ 등이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영화제에 참석한 원로배우 김지미씨가 특급호텔 객실 30개를 요구했다는 등의 구설수에 오른 것 정도가 ‘옥의 티’로 지적된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 등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의 영화들도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