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부산국제영화제> 제15회 영화제 폐막, ‘포스트 김동호’ 시대…새로운 도약 꿈꾼다
입력 2010-10-16 00:15
야구와 영화의 도시. 부산의 가을은 그 어느 곳보다 활기찼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신세계 센텀시티 등에 마련된 현장 판매 부스는 아침마다 시민들이 이룬 긴 줄로 북적댔다. “영화표는 한 번에 네 장 이상 사면 안 돼요.”, “‘만추’는 매진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표를 사려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향해 여러 번 소리쳤고, 그러거나 말거나 관객들의 표정은 즐거웠다.
지난 7일 개막해 9일 동안 열기를 뿜었던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퇴임하는 김동호 위원장=이번 영화제의 최대의 이슈는 그 어느 영화도 감독도 배우도 아닌 김동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다. 지난 15년간 영화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에 임명된 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화계와 연을 맺어왔다. 처음에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1996년 영화제가 출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치자 “영화계 전체가 망할 판국인데 영화제가 무슨 소용이냐”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특유의 부지런함과 추진력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대·최고의 영화제로 만들었다. 그는 15일 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은퇴하면 좀 쉬면서 더 공부하고 책도 더 쓰고 싶다”고 했다.
임권택 감독은 그의 퇴임을 앞두고 “괴물 같기도 하고, 인간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도 저도 아닌 신비한 존재인 것 같기도 한 김동호라는 사람의 흔적이 부산에 종종 보여야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그는 너무나 강하게 각인된 존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영화제를 찾은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영화제 집행위원장이란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야 한다. 아니, 그의 나라가 그를 통해 구현돼야 한다. 김동호는 이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몇 년 전부터 그는 한국 그 자체가 되었다”고 했다. 후임은 현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이 맡게 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진화 중=부산영화제의 중심은 애초의 남포동 PIFF광장에서 해운대 신시가지로 이동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해운대에는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고급 주택가와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는데다, 중심가에 CGV·롯데시네마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체 상영작 308편 중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공개 작품) 상영작이 103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자국 이외 최초공개 작품) 상영작이 52편을 기록했다. 상영작 355편 중 월드 프리미어가 9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46편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내실은 알찼다는 평. 이 외에도 윌렘 데포, 줄리엣 비노슈, 탕웨이 등 여러 해외 스타들이 줄줄이 부산을 방문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사무국에 따르면 영화제 기간 부산을 방문한 관객은 18만2000여명, 취재진은 2237명, 영화인과 마켓 관계자를 포함한 게스트는 7100여명이었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이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퇴임을 의식한 문구였다. 2012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영화 관련 기관들이 대거 부산으로 내려와 ‘새로운 도약’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