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하락에 亞국가들 초비상인데… 싱가포르만 “저환율 OK” 여유

입력 2010-10-15 18:26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심상찮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유동성을 푸는(달러 약세 요인) 고강도 ‘양적 완화’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락세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수출 타격을 우려한 태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은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절상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고성장 중인 싱가포르는 통화강세를 용인하는 정책을 실시해 대조를 보였다.

싱가포르통화청(중앙은행)은 14일 환율변동 폭을 소폭 확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만큼 자국통화 강세를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들이 통화약세 쪽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과는 반대 움직임이다. 특히 싱가포르의 3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에 비해 20% 하락한 것으로 알려진 뒤 나온 조치여서 시장 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싱가포르 정부가 3분기 지표를 침체 신호로 보지 않고, 오히려 정책 주안점을 인플레이션 억제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싱가포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상반기 전체 17.9% 성장했다. 성장으로 들썩이는 물가가 더 큰 걱정이라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줄면 인플레는 잡히지만 그 나라 통화는 강세가 된다.

싱가포르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과 달리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경기회복을 위해 자국 통화 절상을 억제하려고 고심 중이다. 태국은 지난 12일 외국자본의 정부 국채 투자이익 등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조치를 취했다. 바트화의 절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달러화에 대한 바트화 가치는 최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강세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15일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막기 위해 필요시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엔화가 전날 달러화에 대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다. 중국의 인민은행도 위안화 절상을 막는 쪽으로 시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달러 약세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CNN머니는 14일 ‘달러가 (약세의) 축배를 드는가’라는 논평에서 “약달러가 다국적 기업 등에 당장은 좋은 소식일 수 있겠지만 마냥 이어질 수는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