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급식 전면 시행 서두르지 말라

입력 2010-10-15 17:44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교육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무리하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다 보니 저소득층 지원 예산 등 정작 중요한 사업비까지 삭감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무상급식 예산 분담 비율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곽노현 교육감의 핵심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방향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TF는 저소득층 학비 지원비를 206억5600만원에서 50억100만원으로, 영어 회화 전문 강사 채용·활용 예산을 454억5000만원에서 264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 특별지도비와 다문화 가정 지원비도 대폭 깎았다.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하려고 돌려막기 식의 편법을 쓴 셈이다. TF의 예산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곤란하다.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지난해 1206억원, 올해 2018억원, 내년 2488억원으로 늘리면서 교육환경 개선 시설비, 저소득층 영·유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 등을 삭감했다. 전북교육청도 내년 무상급식 재원 마련을 위해 교육일반사업, 학교교육여건 개선사업, 보건·체육활동비 등에서 모두 290억원을 줄였다.

무상급식 취지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서 무상급식 대상 학생을 늘린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층 학비 지원처럼 중요한 다른 교육예산을 감축해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한 예산 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

교육감은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실력향상, 교육환경 개선, 양질의 교사 수급, 학력격차 해소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한정돼 있는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안배해야 할 책임도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유권자들이 무상급식 공약만 보고 뽑아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산에 맞춰 점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정책 변화를 모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