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인수 장로·김수지 권사 부부의 ‘성경적인 자녀교육 이야기’
입력 2010-10-15 17:39
한국에 가정사역을 처음 소개한 김인수 장로가 2003년 소천하기 전까지 아내와 함께 인도한 ‘크리스천 부모학교 세미나’ 내용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김 교수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긴 ‘우리 아이, 어떻게 양육할까?’(한알의밀알)는 자녀들에게 인격적인 아버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과정이 담겨 있다.
“나를 대신할 사람은 많습니다. 내가 당장 교수직을 그만둔다 해도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학회에서도, 자문하고 있는 어떤 단체에서도 내가 그만두는 빈 자리는 이내 누군가가 대신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생전에 그가 남긴 이 말은 어떤 마음으로 부모 됨을 생각하고 실천했는지 잘 보여준다.
그의 아내 김수지 전 사이버대학 총장은 “남편은 모든 삶의 원리가 성경에 있다고 믿었으며 부모교육의 기초 역시 말씀이었다”며 “성경 말씀을 떠난 가정교육은 모래성이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김 장로는 1983년부터 부부생활 워크숍, 1992년부터 크리스천 부모학교 세미나를 인도했다. 1남2녀의 자녀를 양육하며 겪은 갈등과 유학 시절 겪은 부부 갈등을 솔직히 고백하며 해결해온 방법들을 공개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 장로가 말하는 신앙적 양육이란 ‘자녀들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하나님을 사랑하고 자기 이웃을 자기 몸같이 사랑하는 생활’을 의미한다. 그는 먼저 자녀가 20세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생각해보고 자녀 양육의 목표를 세우라고 말했다.
그의 가정엔 ‘자녀 양육 목표 8가지’가 적힌 액자가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제일 먼저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또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며, 절약하고, 이웃과 나누는 삶을 가르친다. 또 작은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이웃사랑이란 것, 부모와 어른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가르치기 위해 먼저 자녀를 ‘사랑의 온탕’에 머물게 하라는 것이 그의 교육지론이다. 정서가 안정되면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침착하며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정서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서 형성엔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엄마의 사랑은 정서적인 안정을 증가시키며 미움, 시기, 질투 같은 독소를 제거해준다고 말했다. “정서가 불안한 것은 엄마 역할을, 버릇이 잘못된 것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아버지와 올바른 사랑의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면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장애를 겪게 된다.” 또 그는 부모의 인정을 받고 자라야 안정적인 정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 칭찬받지 못하고 성장하면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태도를 갖기 쉽다는 것. 부모로부터 많은 칭찬을 듣고 자라야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와 대화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와 대화하기 위해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진지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또 그는 자녀들이 부모의 체온을 느낄 수 있도록 신체적인 접촉을 하라고 제안했다. 아빠는 아들과 씨름이나 권투 시합을 하고, 엄마는 되도록이면 많이 안아주라는 것이다. 그는 “딸에겐 아버지가 제일 처음 만나는 남성”이라며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은 딸은 남성에게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벌은 피해야 하지만 체벌을 할 경우 꼭 지켜야 할 점을 제안했다. 그는 “부모는 분노를 갖지 말고 사랑으로 해야 한다”며 “평소 구체적으로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으면 야단치거나 때리지도 말라”고 권고했다. “체벌은 사건이 벌어진 시기로부터 가까운 시간 내에 단 둘이 처리해야 한다. 제일 나쁜 것은 친구들이나 다른 형제 앞에서 야단을 맞는 것이며 벌이 과하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
또 그는 먼저 자녀에게 징계가 왜 필요한가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라고 말했다. “우리는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아이로 키워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 이것을 가르친다”라고 반복해서 말한 뒤 체벌한다. 또 “얘야, 내가 너를 사랑하는 줄 알지? 그렇게 좋아하는 너를 내가 왜 때려야 하니. 네가 매 맞고 아파할 때 아빠는 얼마나 아픈 줄 아니. 앞으로 그러지 말자”고 말하고 꼭 안아준다. 이어 하나님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한 뒤 아이들이 용서 받았다는 마음이 든다면 체벌은 효과가 있다는 것. 이 외에 책에는 부모교육을 위한 다양한 적용 사례와 지침이 실려 있다.
한편 생전의 김인수 교수는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동시에 OMF선교회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등을 역임한 행동하는 신앙인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부인 김수지 전 총장과 함께 기독교가정사역원을 설립했다. 2003년 불의의 사고로 하나님 품에 안기기 전까지 한국 교회와 수많은 가정을 섬긴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현재 ‘인수와 함께 가는 모임’을 결성해 어려운 이웃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