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가죽재킷·곰팡이 핀 블라우스… 옷장 속 가을옷 손질 집에서도 OK
입력 2010-10-15 17:28
가을빛이 점점 짙어지는 요즘 옷 때문에 지각한다고 불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난히 비가 잦았던 올여름 내내 옷장 속에서 갇혀 있던 옷들이 장마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기 때문. 이현애(29·서울 홍은동)씨는 며칠 전 아침 옷장 속에 걸려 있던 실크 블라우스를 꺼내 입고 거울을 보다가 ‘앗’ 소리를 질렀다. 가슴 부분에 곰팡이가 얼룩덜룩 피어 있었기 때문.
“지난 가을 마련한 옷이었어요. 웬만한 재킷보다 비쌌지만 디자인과 색상이 마음에 들어서 마련한건데….”
스커트와 한벌로 차려 입었다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느라고 지각한 것은 물론 그날 하루 종일 곰팡이 핀 블라우스가 눈에 아른거려 기분이 언짢았다고 한다.
세탁전문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 R&D팀의 박성민 연구원은 “가벼운 곰팡이는 손이나 휴지로 털어내고 주방 세제를 묻혀 비빈 다음 세탁하면 되지만, 땀이나 음식물 때문에 생긴 곰팡이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곰팡이 핀 옷을 햇볕에 쏘여 살균한 다음 면 소재는 락스를 200배 정도 희석한 물에, 실크류는 암모니아를 30배쯤 희석한 물에 담갔다 세탁하면 웬만한 것은 제거된다. 이렇게 해도 지워지지 않는 곰팡이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박 연구원은 “곰팡이가 일단 핀 다음에는 손질이 어려우니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은 뒤 바로 세탁하고, 드라이클리닝 한 의류는 보통 스팀다리미를 이용해 다리므로 비닐커버를 벗긴 채 통풍을 해 습기를 없앤 다음 보관해야 한다는 것. 옷장에는 제습제를 넣어두고 수시로 옷장 문을 열어 습기를 없애 주는 것이 좋다.
곰팡이까지 피지는 않았다고 해도 여름 내 옷장에 있던 옷들은 바로 입을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 모직 재킷이나 스커트, 스웨터는 물론 가죽옷들도 보기 싫게 구겨진 경우가 적지 않다. 모직 재킷과 스커트는 구김도 문제지만 섬유 결이 가라앉아 후줄근해 보이기까지 한다. 가장 손쉬운 손질 방법은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를 이용하는 것. 일반 스팀다리미만 있을 때는 재킷을 옷걸이에 걸어놓은 뒤 직접 닿지 않게 사이를 두고 스팀을 쏘이면 주름이 펴진다. 샤워한 뒤 김이 차 있는 욕실에 걸어 두거나 미지근한 물을 분무기로 뿌려 줘도 효과가 있다. 주름을 편 다음 결을 따라 솔로 잘 빗어주면 쌓인 먼지도 털어내고 결도 살릴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모직 재킷은 입는 동안 소매 목둘레 등 때가 잘 타는 곳에 수건을 여러 겹 아래에 깔고 벤젠을 묻힌 거즈로 두드려 부분 때를 없애 주면 깔끔하게 입을 수 있다”고 알려 준다.
대부분 개켜서 보관하는 스웨터는 주름이 많게 마련. 주름은 모직과 같은 요령으로 없애면 된다. 보풀이 많을 때는 투명 테이프를 그 부분에 붙였다가 들어올린 뒤 보풀을 가위로 잘라내도록 한다. 이때 옷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구김이 생겼을 때 가장 속상한 옷은 뭐니뭐니 해도 가죽옷이다. 잘 보관한다고 해도 팔이나 옷깃, 아랫자락 부분이 접혀져 옷 모양이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짙은 색이라면 올리브 오일을 거즈에 묻혀 가죽 표면에 문지른 뒤 그늘에 말리면 주름이 펴진다. 이 방법은 옷 안쪽에 테스트를 먼저 해봐서 색이 변하지 않을 때만 쓰는 것이 안전하다.
박 연구원은 “가죽의 구겨진 부분에 실크 천을 깐 다음 120∼140도의 온도에서 다리면 감쪽같이 주름이 펴진다”면서 “다리미 온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죽옷을 입다보면 볼펜 자국 등 작은 얼룩이 생길 때가 많다. 이럴 때는 부드러운 지우개나 식빵으로 문질러 주면 깨끗해진다. 눈이나 비를 맞아 젖었을 때 방치하면 얼룩이 생기거나 쪼그라들 수 있으므로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서 걸어놓도록 한다. 때가 묻어 딱딱해졌을 때는 거즈에 우유를 묻혀 닦아낸 뒤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마른 수건으로 닦아준다. 오염이 쉽게 제거되지 않을 때 무리하게 없애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얼룩이 더 생기거나 탈색이 되면 돌이키기 어려우므로 가죽 전문 세탁점에 의뢰하는 것이 좋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