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D-26] 진보단체, 평화집회 약속했지만… 일부 과격 시위대 폭력시위로 번질 가능성
입력 2010-10-15 17:44
⑥ 테러방지 및 경호대책 (上)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 6월 열린 제4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폭력 시위로 얼룩졌다. 1만여명이 참가해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반세계화 시위는 검은 옷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조직화된 시위대 ‘블랙블록(Black Bloc)’이 주도하면서 과격화됐다. 시위대는 경찰 차량 6대를 불태우고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 매장과 은행 유리창을 깨뜨렸다. 경찰이 체포한 시위 참가자는 1057명에 달했다.
당시 캐나다 경찰청의 초청을 받아 토론토를 방문, 시위현장을 목격했던 경찰 관계자는 “시내에 있는 공원인 퀸즈파크에서 집회를 연 시민들이 회의장으로 시가행진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행진 도중 블랙블록 200여명이 갑자기 시위대에 끼어들어 선동해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G20 반대시위 평화적으로 진행될까=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필수적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규탄하는 국내 주요 진보단체들은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약속했다. 하지만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볼 수 있듯 일부 과격 시위대로 인해 시위가 극렬해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G20 정상회의 기간에 즈음해 열리는 ‘반(反) G20’ 행사와 집회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국내 진보 성향 단체 80곳이 연대한 ‘G20대응민중행동(민중행동)’이 이끈다. 지난달 15일 발족한 민중행동은 회의를 5일 앞둔 다음달 6일 ‘G20 대응공동행동주간’ 선포식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신자유주의와 금융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집회·시위와 행사를 12일까지 잇따라 개최할 계획이다.
민중행동은 8∼10일 지구촌 빈곤 문제 해법 등을 모색하는 워크숍 성격의 서울국제민중회의를, 11일에는 회의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민중행동과는 별개로 민주노총은 7일 서울광장에서 최대 4만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창근 민중행동 사무국장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단체들을 미리부터 폭력집단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폭력시위 엄정 대응”=경찰은 경찰 병력 5만명을 투입하는 사상 최대의 경호·경비작전을 세워놓은 상태다. 경찰은 코엑스 반경 2㎞를 경호안전구역으로 설정해 시위대 접근을 차단하고 코엑스 주변은 방호벽으로 에워싸기로 했다. 폭력시위를 일으키는 시위 참가자는 현장에서 즉각 검거할 방침이다. 대신 방이동 올림픽공원을 평화시위구역으로 지정해 합법적인 시위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이 같은 철통방어로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견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오는 ‘원정 시위대’ 중 일부가 과격한 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경찰과 민중행동 양측이 모두 예상하는 원정 시위대의 규모는 500여명 안팎이다. 경찰 관계자는 “500여명 중 100여명이 폭력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국가에서 열린 국제회의 중 폭력시위로 인해 회의 자체가 무산되거나 방해를 받은 사례가 많은 만큼 폭력시위가 발생하면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