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교포 주주 결의문 왜… 주주들 “배신감” 벼랑끝에 몰린 ‘빅3’

입력 2010-10-15 00:24

신한금융그룹 ‘빅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 신한은행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재일교포 주주는 이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특히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장기 집권했던 라 회장은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사태를 촉발시킨 신 사장, 이 행장은 물론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라 회장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재일교포 주주는 신한은행 설립 당시 자본금의 대부분을 대는 등 사실상 현재 신한금융그룹의 모태가 됐다. 차지하고 있는 지분 17%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 배경이다.

14일에 열린 퍼스트구락부 관서주주 모임은 ‘밀리언 클럽’이 주도했다. 회원 12명 가운데 양용웅 재일한국인 본국투자협회장을 비롯한 4명은 지난달 이 행장을 상대로 해임 청구·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내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재일교포 주주들이 강력한 의사를 보인 만큼 빅3 퇴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오사카 등 일본 관서지역 주주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데다 통일된 움직임을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체 재일교포 주주가 사임을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사회에서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 빅3의 퇴진을 위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면 불명예 퇴진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사회에서 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임시 주총 개최가 결정된다.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라는 직함에서 ‘대표’ 부분을 박탈할 수 있을 뿐 해임을 결정할 수는 없다. 해임 여부는 임시 주총에서 투표를 거쳐야 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재일교포 주주의 영향력이 큰 것은 맞지만 이들이 전체 주주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임시 주총 개최를 결정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이 행장과 신 사장이 이른 시일 안에 물러나고, 라 회장은 후계 구도를 정립한 뒤 사퇴하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외부인사 진입을 차단할 수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도 결의문에 “외부로부터 선임 배제”라는 희망을 담았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재일교포 주주 설득에 성공해 ‘즉시 사임’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외부 개입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라 회장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자리를 지키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