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33인 전원 생환] 벼락스타 광부들 괜찮을까… 외신 “건강·적응 여부 우려”

입력 2010-10-15 00:21

칠레 광부 33명은 새로운 미래를 맞고 있다. 세계적인 영웅으로 각광 받지만, 유명세도 우려된다. 건강은 예상보다 양호하긴 하지만 일부는 수술이 필요하다.

광부들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 “칠레 축구협회가 이들에게 한국 여행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칠레 축구협회는 한국의 정몽준 전 축구협회장과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실현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한번만 와달라”는 공짜 여행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스 광산회사 ‘엘민’은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 관광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대만도 다음달 6일 개막하는 국제꽃박람회에 맞춰 이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매몰 기간 여흥을 담당했던 광부 에디손 페냐(34)는 미국 테네시주의 엘비스 프레슬리 생가에 초대 받았다. 팝가수 프레슬리의 팬인 페냐는 지하갱도에서 동료들에게 그의 노래를 가르쳤다.

갑작스런 인기가 독이 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구조 현장에선 광부의 가족들이 독점 인터뷰를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명예와 돈을 둘러싼 마찰이 벌써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미디어 노출이 광부들의 정신 건강 회복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칠레 가톨릭 대학의 엔리케 치아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극한 경험을 했던 광부 중 일부는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것”이라며 “언론 인터뷰로 부정적인 경험을 되풀이해 상기하는 것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이나 불면증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출 직후 광부들은 인근 코피아포의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대체로 양호했지만 일부는 규폐증 치료와 치과 수술을 권고 받았다. 규폐증은 갱도 안의 탁한 공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최고령자인 마리오 고메스(63) 등은 사고 이전부터 규폐증을 앓았다. 2번째 구조된 마리오 세불베다(39)는 폐렴 증상을 보여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 칠레 정부는 6개월간 광부들의 건강을 관찰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