技保, 불법 채권추심 부추기나… 위탁업체 8곳 중 7곳 불법행위 일삼다 적발

입력 2010-10-14 21:27

정부산하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 특수채권 회수를 위해 불법 행위를 일삼는 업체에 채권추심 업무를 위탁, 사실상 불법 채권추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현경병 의원이 14일 기보와 금감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보는 2007년부터 민간 신용정보사에 특수채권 추심을 위탁했다. 특수채권 부실이 매년 크게 증가하면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를 최대한 회수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2007년 5월과 2008년 7월, 지난해 7월 등 모두 3차례 채권추심 위탁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보가 불법을 저지른 업체에 대한 검증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불법 추심으로 제재받은 내역을 기입하는 항목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거짓 표시했지만 기보는 확인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보가 위탁업체로 선정한 8개사 중 7개사는 금감원으로부터 불법 추심으로 적발된 업체였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불법 채권추심 단속에 나서자 기보도 이에 발맞춰 위탁업체 선정 시 ‘불법 추심행위 방지’ 항목의 배점을 1차 10점에서 2차 15점, 3차 20점까지 매번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변함없었다. 특히 지난해 7월 선정된 6개 위탁업체 중 4개사는 2007년 이후 매년 금감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던 상습 불법 추심업체였다. 나머지 2곳도 1∼2차례 주의를 받았다. 6개 업체에 위탁된 채권은 업체당 5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이들 업체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족에게 “집으로 찾아가겠다. 유체동산 압류 및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임의로 제작한 우편물에 ‘강제집행 속행 확정 통보’ 등의 문구를 명시해 발송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자들을 압박했다. 기술을 보유하고서도 자금이 부족해 기보의 도움을 받았던 중소사업자들이 자금난에다 불법 추심으로 인한 이중의 고통을 당한 셈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