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말한 ‘국제시세’ 韓·日 비교해보니… ‘MB물가’ 품목 71% 상승률 日 추월
입력 2010-10-14 18:26
‘MB물가’를 구성하는 52개 생필품의 70% 이상이 일본의 가격상승 속도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간 경기회복세 차이를 감안해 가격상승률 격차가 5% 포인트 이상 벌어진 품목만 추려도 10개 중 3개꼴이다. “국제시세보다 비싼 생필품 가격은 인하하라”는 이명박 대통령 지시와 함께 이들 품목에 대한 관계부처의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MB 관리품목, 한·일 물가상승률로 풀어보니=본보가 14일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서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 구성품목 가운데 ‘MB 생필품’에 해당하는 품목의 가격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일본을 앞지른 품목이 71.2%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국 간 경제성장률 격차 등을 감안해 5% 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진 품목을 골라내도 전체의 30.8%였다.
MB 생필품인 52개 품목은 이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3월 등장한 ‘MB물가지수’ 구성품목이다. 서민생활 필수품 가격의 집중관리를 위해 등장한 이들 품목을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집계기준으로 보면 라면 식용유 전기료 등 72개 세부품목으로 나눠진다. 가격상승률 격차가 가장 큰 품목은 신선채소로 우리나라 무값이 지난해 8월 대비 126.6% 오른 데 비해 일본은 오히려 8.1% 내려 양국간 격차가 134.7%포인트나 벌어졌다. 배추값도 지난 8월 기준 국내가격이 전년보다 35.9% 오르는 동안 일본은 13.4% 오르는 데 그쳤다.
화장지(14.0% 포인트), 위생대(5.1% 포인트), 종이기저귀(2.7% 포인트) 등 펄프를 소재로 만드는 제품값 격차도 두드러졌다. 양국 대중이 소비하는 술의 경우 일본 사케(淸酒) 가격이 한해 사이 3.5% 떨어지는 동안 국내 소주 값은 0.9%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정부, “가격 인상·인하요인 엄밀히 따질 것”=이 대통령의 생필품 국제시세 발언 이후 제조·유통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입비용에 추가이익을 붙여 팔던 무역업체 외에 국내 생필품의 경우 원자재의 국제시세에 따라 정부의 강도 높은 개입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가비용 외에 가격 상승폭이 지나치거나 인하 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않은 품목도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단계를 따져 시장 왜곡을 바로잡을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시세’ 기준 관련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수입되는 품목이 아니라 원가 대비로 봤을 때 시장의 구조와 흐름에서 막힌 부분을 풀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