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 국가 현지 인재를 모셔라”… 대기업들 사활 걸어
입력 2010-10-14 18:36
주요 기업들이 해외 인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마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아지고 IT(정보통신) 분야 등의 미래 신성장 사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지 고급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14일 일본 도쿄로 날아갔다. 아카사카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업 채용행사인 ‘BC투어(Business&Campus Tour)’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BC투어는 해외출장과 연계해 현지 우수인재를 대상으로 회사 소개 및 현장 인터뷰 등을 겸한 일종의 채용설명회다.
이날 행사에는 도쿄대 등 일본 상위 8개 대학 학부생 및 석·박사과정 30여명이 초청됐다. 2개월 동안 진행된 사전모집에 응한 200여명 중에서 선발된 이들이다. LG화학에서는 김 부회장을 비롯해 CHO(최고인사책임자)인 육근열 부사장, 유진녕 기술연구원장 등 최고경영진이 동행했다.
2005년부터 해외 BC투어를 이어온 LG화학이 일본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왜일까. LG화학 관계자는 “일본이 전통적인 소재 기술 강국이면서 관련 분야 인재가 많기 때문”이라며 “2차전지와 정보전자소재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우수인력 확보가 사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GM과 포드, 볼보 등에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2차전지) 공급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킨 LG화학이 해당 분야의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중국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SK그룹은 중국인 우수인재 확보에 한발 앞서 있다. 2005년부터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시즌에 베이징대와 칭화대, 상하이 복단대 등 중국 내 ‘톱10’ 명문대학을 순회하며 채용설명회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채용한 중국인 신입사원은 100여명. SK 관계자는 “매년 SK에 입사원서를 내는 중국 대학생과 졸업자들의 평균 경쟁률이 300대 1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과 중국, 인도 등 해외법인에서 해당 국가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같은 경우, 각 나라에 맞는 현지화된 콘텐츠 확보가 중요한데 국내 인력보다는 해당 국가 인재를 활용하는 게 현지시장 진출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현지 협업 기업들과 협업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차세대 스마트TV 사업을 준비하면서 그것을 구현할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구해도 다 찾을 수 없었다”며 고급인재 발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재찬 권지혜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