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했고… 예산은 없고… 진보교육감 무상급식 딜레마
입력 2010-10-14 18:39
서울과 경기도교육청에 이어 전북도교육청에서도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초·중·고생 무상급식 실시를 위해 다른 중요 사업비를 삭감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진보 교육감들이 ‘무상급식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은 14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전북도교육청이 내년 무상급식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사업 예산 290억원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보건·급식·체육활동 등 학생 관련 예산 20억2500만원이 줄었다. 교육일반 사업에서 32억8200만원, 학교교육 여건 개선 사업에서도 137억원이 삭감됐다. 배 의원은 “무리한 전면 무상급식으로 기존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며 “예산 삭감으로 평생학습관 운영, 평생교육 활성화 등 올해 계획된 일부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무상급식을 위한 ‘돌려막기식’ 예산 편성에 대한 비판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는 무상급식 예산이 지난해 1206억원에서 올해 2018억원으로 늘면서 다문화 가정 지원, 도시 저소득층 영·유아 교육격차 해소 등의 예산이 급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최근 출범한 ‘주민참여예산 태스크포스(TF)’가 친환경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같은 공약 이행을 위해 저소득층 자녀 학비 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교육청들은 이런 비판이 실제 절감 내역을 따져보지 않아서 나오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절감된 예산은 교육복지와는 관계없는 소모성 경비이거나 학생수 감소에 따른 것”이라며 “절감 예산이 전부 무상급식에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무상급식 예산 마련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진보 교육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무상급식이라는 공약을 이행하려면 다른 사업의 축소·조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분담 비율을 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곽노현 교육감과 시교육청 예산부서, 주민참여예산 TF가 14∼15일 워크숍을 열고 예산편성 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무상급식 대상을 줄이거나 다른 사업을 축소하거나 택일해야 한다”며 “어느 사업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는 결국 교육감의 가치판단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