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33인 전원 생환] 22시간 이어진 ‘휴먼 드라마’… 國歌 합창하며 피날레

입력 2010-10-14 21:23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 33명 중 마지막 광부인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를 태운 구조용 캡슐 ‘불사조’가 14일 오전 9시55분쯤(한국시간) 지상으로 올라왔다. 전날 오전 11시20분쯤 구조대원을 태운 구조용 캡슐 ‘불사조’를 지하로 내려 보내면서 시작된 매몰광부 구조작업이 22시간35분여 만에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세계를 감동시킨 한 편의 칠레판 인간 승리 드라마는 완성됐다. 지난 8월 5일 사고가 난 지 69일 만이다.

지하 700m 피신처에 남아 있던 33번째 광부 우르수아가 지상으로 올라와 구조용 캡슐 밖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 산호세 광산 상공엔 칠레 국기가 그려진 풍선이 일제히 떠올랐다. 그는 현장에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끌어안고 악수를 하며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고 감격해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우르수아를 곁에 세운 채 “비바 칠레”라는 힘찬 구호를 시작으로 현장에 있던 구조팀원들과 함께 칠레 국가를 불렀다.

같은 시각 가족들이 묵고 있던 희망캠프(Camp Hope) 입구에서는 대형 화면을 통해 지켜보던 광부 가족들이 환희의 함성과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또 ‘치치치 레레레, 칠레의 광부들’이라는 구호와 함께 노랫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광부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사는 인근 코피아포 아르마스 광장에서는 시민 1만여명이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수도 산티아고의 이탈리아 광장, 아우마다 대로 등지에서도 시민들이 몰려나와 함께 기쁨을 나눴다.

첫 구조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 이후 약 1시간에 1명꼴로 진행되던 구조작업은 후반으로 갈수록 탄력이 붙으면서 25분에 1명씩 끌어올려 당초 예상한 36∼48시간보다 훨씬 빨리 진행됐다.

광부들은 예상보다 건강했고, 상당수는 깨끗이 면도까지 한 상태였다. 먼저 구조된 사람들은 건강을 고려해 코피아포 병원으로 즉시 후송됐다.

14일 오후 12시32분쯤 구조작업 개시와 함께 지하로 내려갔던 구조대원 마누엘 곤살레스가 26분간 갱도에서 대기하다 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아무 사고 없이 전체 구조작업은 끝났다. 전날 헬리콥터로 현장에 도착한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의 가장 큰 보물은 구리가 아니라 광부들”이라고 말했다.

칠레 일간 라 테르세라에 따르면 이번 구조 작업 비용은 최소한 2200만 달러(약 2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국영 구리회사이자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코델코가 전체 비용의 75%인 1500만 달러를 댔고, 콜라우아시, 에스콘디다, 앙글로아메리칸 등 민간 업체들이 500만 달러를 부담했다. 구조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광부들의 생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굴착기 T130 사용료로, 하루 1만8000달러 이상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