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쓱한’ 서부지검… 한화·태광그룹 등 대형수사 도맡아 위상 ‘중수부’ 버금
입력 2010-10-14 18:38
최근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의 비자금 및 편법 상속·증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경지검 4곳 중 한 곳인 서울서부지검이 대기업 수사를 도맡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각종 공시·회계자료 분석 등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대기업 관련 수사는 주로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 등이 했다. 이 때문에 서부지검이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을 수사하는 데는 남다른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두 사건 모두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가 맡았다. 이 부서는 기업 또는 정치권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부 역할을 한다.
물론 두 그룹 수사는 약간 배경이 다르다. 한화그룹 수사는 대검이 관련 자료를 넘겨주면서 서부지검 형사5부가 맡게 됐고, 태광그룹 사건은 그동안 관련 내사를 은밀히 진행해 오다 일부 언론에 관련 기사가 나오면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대검이 태광그룹 수사까지 서부지검에 지시했다면 가뜩이나 한화 수사로 바쁜 형사5부에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첩보를 받아 내사를 벌이던 서부지검 형사5부가 증거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부지검이 ‘제2의 대검 중수부’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서부지검 수사팀의 역량이 대검 중수부에 밀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은 2003년 대검 중수1과장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2002년 대선 자금 수사를 담당했고, 봉욱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을 지낸 검찰 내 기업 범죄 전문가다. 변호사 생활 후 검사로 뒤늦게 임용된 이원곤 형사5부장 역시 삼성 비자금 특검팀에 파견돼 근무한 ‘독종 검사’로 알려져 있다. 재계 주변에선 “한화와 태광이 잘못 걸렸다”는 말도 나왔다.
한편 수사팀은 태광그룹 관계자들을 소환해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이 아들 현준(16)군에게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한 과정과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한화그룹 수사와 태광그룹 수사가 서로 연관돼 있다는 분석에 대해 “현재는 별건으로 수사하고 있으나 하다 보면 두 수사가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