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33인 전원 생환] 기적의 생환 여파… 앙숙 칠레·볼리비아 해빙무드

입력 2010-10-14 21:24

칠레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광부들의 생환에 따른 여파가 크다.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 채광 작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규모 광업에 치중하고 있는 국가는 칠레는 물론 중국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한둘이 아니다. 미국 CNN방송은 매년 수천명의 광부들이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만 아주 먼 옛날부터 계속됐던 이 산업은 앞으로도 중단될 기미가 없다고 13일 보도했다. 결국 앙상하게 마른 어린아이가 탄광에서 일해야 하는 엄혹한 현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칠레는 향후 국가 주력산업인 광업의 구조개편 요구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규모 광산의 국유화와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의 해묵은 현안들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칠레는 앙숙이었던 볼리비아와 관계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매몰 광부들 중 볼리비아인 카를로스 마마니의 구조 때문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구조 현장에 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함께 구조된 마마니를 격려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피녜라 대통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담소를 나눴다. 뉴욕타임스(NYT)는 “남미 대표적 좌파 대통령(모랄레스)과 우파 대통령(피녜라)의 만남은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녹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879년 전쟁을 치른 두 나라는 외교 관계를 단절한 채 사사건건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이번 사태는 “기적은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 칠레 국민들의 단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피녜라 대통령은 산호세 광산을 국가기념물로 지정,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매몰 광부의 수 ‘33’은 칠레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사고가 난 8월 5일은 올해 33번째 주(週)였다. T-130 굴착기가 33일 만에 지하통로를 뚫었다. 사고 17일 만에 생존 소식을 전한 광부들의 쪽지 속 메시지도 모두 33글자다. 구조된 날의 연도(10), 월(10), 일(13)을 합하면 33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