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추진할 동력 없다”… 청와대 공식 부인속 여권내 불씨 여전
입력 2010-10-14 18:32
청와대는 14일 여권 일각의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개헌을 논의할 시점도 아니고, 개헌을 추진할 동력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핵심 참모들로부터 개헌 관련 보고를 들은 뒤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실시한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치 선진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밝혔다”며 “그러나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 발언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의 필요성은 공식적으로 제기했으나 청와대가 여권과 교감하면서 개헌을 추진할 의사는 없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정치선진화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하고, 개헌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문제는 청와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개헌이라는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권 인사들은 개헌론 진원지로 이재오 특임장관을 지목하고 있다. 이 장관은 특임장관 취임 후 개헌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해 왔으며 지난 11일에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분권형 개헌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 장관과 가까운 이군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개헌 특위와 민주당이 요구하는 4대강 특위 구성을 맞바꾸자는 빅딜 주장까지 내놨다.
여권 차기 주자들은 ‘이재오발 개헌 논의’에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이 개헌을 이슈로 대선 구도를 흔들고, 그 중심에 서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수석부대표의 빅딜 제안을 비판하며 “헌법을 고치는 것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김문수 경기지사, 원희룡 사무총장 등도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친이계 내부도 복잡하다. 회의론도 적지 않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개헌을 추진하다가 결국 무산되면 그 부담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고스란히 돌아와서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국정감사, 내년 예산 통과에 주력해야 할 때”라며 “당내 갈등이 봉합된 시점에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남도영 김나래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