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현장 모니터 결과 분석해보니… ‘허술한 회의 진행·여성 참여 부족’ 낙제점

입력 2010-10-14 18:06

“세상의 본이 돼야 할 교회가 시대 흐름보다도 뒤처진다면 그 미래가 밝을 수 있겠습니까?”

14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주최로 열린 ‘2010 교단 총회 참관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지난달 진행됐던 각 교단 총회의 이면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비효율적이고 수준 낮은 회의 진행, 여성 참여 부족 등 문제들이 집중적 비판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26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참관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예장 합동과 고신 총회 전 일정을 모니터,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참관단은 먼저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회의 모습을 지적했다. 임원 선거가 실시된 첫날 저녁에는 총대 출석률이 어디나 100%에 가까웠지만 뒤로 갈수록 떨어져 심하게는 30%대까지 낮아졌다. 총회 중에는 이틀째부터 회원 점명을 아예 생략하거나, 거수 표결을 눈짐작으로 대충 처리하는 곳도 있었다.

총대들의 발언 체계의 비효율성도 지적됐다. 특히 예장 합동은 의장의 허술한 회의 진행과 전 총회장 등 일부 총대의 발언 독점, 하나뿐인 마이크를 차지하기 위한 총대들의 빈번한 몸싸움 등이 문제로 꼽혔다. 다른 총회에서도 의견이 다른 총대 간에 고성이 오가거나 불필요한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는 문제 등은 마찬가지였다.

참관단은 또 각 총회마다 여성의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여성 총대 수는 아예 없거나 극히 적은 반면 총회장 안팎의 안내, 정리, 인사 등 봉사는 한복이나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이 도맡아 하는 모습이 공통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회의에 참석한 여성 총대들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일례로 예장 통합의 경우 1500명 중 9명(0.6%)이었던 여성 총대 발언은 전체 275회 중 단 3회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여성 비하, 군인 비하, 가부장적 발언 등이 각 총회마다 감지됐으나 이에 대한 총회 내의 문제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참관단 일원인 한신대 신대원 재학생 정찬경(27·여)씨는 “이번에 총대들이 여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의 성평등 의식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목회자를 꿈꾸는 신학생으로서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대책위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는 “여성 참여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1∼3년 후부터는 작게나마 변화가 시작되리라고 본다”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대책위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여민회, 한신대신대원 여학생회, 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