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광그룹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입력 2010-10-14 17:39

검찰이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서부지검은 그제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와 부산의 고려상호저축은행 본점 등 계열사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48)이 아들 현준(16)군에게 회사 주식을 헐값에 넘긴 의혹과 차명계좌를 이용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배임 등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 측은 부인하고 있는 만큼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불법의 개연성은 커 보인다.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태광은 이전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과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도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모투자펀드 서울인베스트가 공시를 통해 의혹을 공개하려 하자 증거인멸을 우려해 서둘러 단행했다고 한다.

제기된 편법증여 의혹은 지금까지 흔히 동원돼온 전형적 수법이다. 즉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평가액보다 턱없이 싼값으로 2세에게 몰아주고, 이 비상장 회사들이 모기업과 주력기업들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러면 세금을 아주 적게 내고 기업을 상속받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을 2세에게 물려주는 것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전문경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오너 경영의 장점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는 게 문제다.

세금을 좋아서 내는 사람은 없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내는 것이다. 길거리 노점상도 아니고, 재계 서열 40위권의 대기업이 이런 짓을 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창피한 일이다. 일부 기업의 부정 때문에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면 정직한 기업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유사한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만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번에는 제발 그 본보기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