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홈플러스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입력 2010-10-14 17:38

대형 유통업체들에 의해 전통시장과 구멍가게 등 골목상권이 초토화되는데도 정부가 손을 쓰지 않자 여야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지난 5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2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통시장 500m 이내에서 기업형슈퍼마켓(SSM) 등록제를 실시하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들 법안이 법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상생법 개정안에 통상 분쟁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들의 상권 문제가 통상 분쟁과 무슨 관계이기에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지 아리송했으나 엊그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그 까닭이 드러났다. 홍 최고위원은 “국내 진출한 많은 대형마트 업체들이 상생법을 감수하겠다는데 유독 특정 대형마트 업체가 자국인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해서 영국 정부가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 시비를 걸고 있다”며 “만약 이 업체가 이런 식으로 무리하지 않으면 상생법 통과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홍 최고위원이 언급한 특정 업체는 영국 테스코가 대주주(94.56%)인 삼성테스코로, 국내에서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모체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SSM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SSM은 2007년 353개에서 올 8월 현재 802개로 127% 증가했는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57개에서 192개로 237%나 급증했다. 참여연대 분석 자료를 보면 SSM 업계 빅3(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의 지난해 매출은 2조5427억원으로 2006년보다 116% 늘어났는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출(5980억)은 356%나 폭증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잠식으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테스코가 상생법안 반대 로비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그렇다면 홍 최고위원의 말대로 국민과 네티즌들은 ‘홈플러스’를 상대로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