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69일간의 기적] 지하의 영웅들 생환까진 우르수아 리더십 있었다
입력 2010-10-13 21:41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이 최후에 탈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칠레 매몰 광부들의 극적 생환 드라마에서 세계의 시선은 이제 마지막 지상 귀환자에게 쏠리고 있다. 그는 붕괴사고가 난 산호세 광산 33명 광부들의 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이다. 그가 지상행 구조용 캡슐 ‘불사조’ 승차권의 최후 번호를 받은 데는 직책도 작용했지만 70일 가까이의 극한 생활 동안 그가 보인 리더십과 헌신성으로 미뤄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생존 소식이 17일 만에 지상에 타전될 때까지 그들이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우르수아의 판단과 카리스마가 작용했다. 우르수아는 매순간 지혜와 과단성으로 자칫 혼란과 분열이 오기 쉬운 지하생활을 조직적 규율과 훈훈한 인간애가 오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판단력은 매몰 순간부터 발휘됐다. 광부들에게 재빨리 몸을 옹송그릴 것을 명령했고, 덕분에 모두 다치지 않았다. 또 생존과 구조를 위해 터널을 만들고 지형정보를 수집케 했다. 축구 코치로서의 경험과 지형전문가로서의 경험이 발휘된 결과이기도 했다.
우르수아는 광부들에게 처음 할당한 적은 양의 음식을 놓고 소모적인 싸움을 하지 말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지상으로부터 캡슐을 통해 음식이 내려왔을 때는 무리한 섭식을 자제케 했다. 배탈 등을 염려한 조치였다. 지상에서 음식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누구도 음식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는 엄한 규율도 있었다.
지하공간도 현명하게 배분했다. 이를테면 작업공간, 취침공간, 위생공간으로 나누는 식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광부들을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했다. 그들과 함께 매몰된 트럭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활용해 낮밤을 구분하게 했다. 동료들은 그가 모두의 건강을 유지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시련을 견디게 해줬다고 전한다.구조작업을 지원한 한 심리학자는 “그들이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그들은 심신이 아주 건강하고 조직이 잘 돼 있다. 삶의 주인들이더라”고 말했다. 극찬의 배경엔 리더 우르수아가 있었던 것이다.
구출 작전이 전개되기 직전인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비디오폰으로 그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동료들은 남다른 자질과 품성을 가졌다. 정말 멋진 이들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