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69일간의 기적] NASA, 특수기압복·식이요법 제공… 세계가 도왔다
입력 2010-10-13 21:38
지난 8월 5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 칠레 북부 코피아포 인근 산호세 광산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 작업에 들어갔지만 생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은 사고 발생 17일째인 8월 22일 완전히 달라졌다. 생존자 확인을 위해 뚫고 내려간 구조대의 드릴에 광부들이 적은 작은 쪽지가 딸려 올라왔기 때문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때부터 지상에서는 33명을 구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지하 700m에 이르는 곳에 주먹만한 구멍으로 통신장비를 넣는 것이었다. 이어 플라스틱 튜브를 통해 젤 형태의 영양제를 공급했다. 최고 기온 35도, 습도 85%의 공간에서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안대 아스피린 등 비상약, 낮은 조도의 전등도 내려 보냈다. 의료진은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식을 파이프를 통해 공급했다. 고기와 쌀 등으로 이뤄진 하루 2200㎉로 열량이 제한된 식단이었다. 생체리듬 측정벨트를 보내 광부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했다.
광부들에겐 정확한 구조 날짜를 알리지 않았다. 대신 펜과 종이, 음악, 도미노 등 보드게임과 비디오카메라 등을 넣어줘 다른 데에 신경 쓰게 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구조 지원이 답지했다.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년간 축적된 최고급 노하우를 전수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광부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잠수함과 유사한 환경에 있다며 좁은 공간에서의 생존전략 노하우가 뛰어난 NASA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굴착 작업도 박차를 가했다. 광부들의 생존이 확인된 지 한 달 만인 9월 17일 광부들이 있는 지점까지 작은 구멍을 뚫는 데 성공했다. 이후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을 넓히는 작업을 해 마침내 지난 9일 굴착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12일 구조대원과 의료진을 포함한 5명의 구조요원이 지하로 내려갔다. 광부들의 구조를 위한 작업이 모두 끝났고, 첫 광부를 실은 구조용 캡슐이 움직였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