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발언에 원화 연일 ‘널뛰기’
입력 2010-10-13 18:28
원·달러 환율이 12∼13일 이틀 새 롤러코스트를 타듯 크게 출렁거렸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내린 달러당 1120.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17.30원까지 크게 떨어지다 태국 등의 외환개입 소식으로 낙폭을 줄이기도 했으나 전날보다 10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전날 14.80원이나 급등했다 하루 만에 크게 폭락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의사록 때문이다. 무려 한 달 전 위원 다수가 발언한 조만간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것을 고려한다는 내용에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들은 “경제 성장세가 지나치게 느리게 진행되고 실업 등을 낮추는 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계속 미달할 경우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제공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 5일 ‘자본유출입 완화 방안’의 이행상황 점검을 통해 우회적인 시장개입을 하겠다는 의도가 미국의 양적완화 가능성에 짓눌려 버린 셈이 됐다.
한국뿐 아니라 외환시장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 신흥시장국들도 환율 방어에 실탄만 소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전문주간지 IFR(International Financing Review)에 따르면 지난주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의 중앙은행 달러 매입 규모는 287억 달러가량으로 평소보다 최고 6배에 달한다.
그러나 9월 이후 달러 가치는 6% 떨어진 반면 한국 원화 5.7%, 태국 바트화 4.3%,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1.3% 등으로 나타나 환율전쟁에서 미국만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