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69일간의 기적] 33인 생존 확인한 순간 “모래사장서 바늘 찾았다”
입력 2010-10-13 18:33
모리시오 피노는 8월 22일(현지시간) 무너진 탄광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었다. 드릴로 뚫은 갱도 안으로 파이프를 밀어 넣었다. 이때 파이프에 댄 청진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이건 바위가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야”라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피노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33명의 광부들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우리는 모래사장 속에서 바늘을 찾았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피 말리는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구조작업은 쉽지 않았다. 단단한 암반을 뚫으면서도 그들이 있는 피신처가 붕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굴착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크리스마스 무렵에나 구조될 것이라던 구조 예정일은 11월 초에서 10월 중순으로 앞당겨졌다.
안심할 수 없었다. 구조 캡슐이 터널을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금속관로를 설치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11월 초까지는 광부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칠레 정부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구조 갱도 입구에만 금속관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13일 자정 구조작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구조대는 구조 하루 전인 12일 밤 8시부터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연습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매몰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캡슐에 오른 사람은 수석 구조대원 마누엘 곤잘레스씨였다. 그는 매몰지점에 도착한 뒤 광부 33명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조 순서를 최종 확정했다.
마침내 13일 새벽 0시10분쯤 33명의 광부 중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첫 번째로 지상을 밟자 구조대들은 전원 환호성을 터뜨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