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광부들, 세상에 기쁨을 주다… 매몰 69일 만에 ‘절망의 막장’ 기적같은 탈출
입력 2010-10-14 00:34
마침내 그들이 돌아왔다.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갇힌 광부 33명의 구조작업이 13일 새벽(이하 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지난 8월 5일 매몰 이후 69일 만이다.
구조용 캡슐 불사조호가 첫 번째 구조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를 싣고 지표면 위로 솟구친 시각은 이날 새벽 0시11분(한국시간 13일 낮 12시11분). 시력 보호를 위해 특수안경을 쓴 그의 눈에 일곱살배기 아들 바이론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영상 3~4도의 서늘한 공기가 얼굴에 와 닿았다. 아타카마 사막의 지평선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아발로스는 아들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 줬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달려와 이들을 힘껏 껴안았다.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피녜라 대통령은 현장에 있는 전 세계 1000여명의 취재진 앞에 섰다. 환희에 찬 표정이었다.
“오늘 밤은 칠레 국민과 전 세계가 잊지 못할 멋진 밤입니다. 33명의 용감한 광부들이 준 교훈을 영원히 기억합시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것입니다. 이 나라는 위대한 일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1시간 뒤 마리오 세불베다가 두 번째로 구조됐다. 세불베다는 땅 속에서 가져온 돌멩이들을 구조대원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주면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날 아침 6시까지 6명이 구조됐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고 당시 전문가들은 “생존 가능성이 1%도 안 된다”고 했지만, 3주일 만에 땅속 700m 아래 광부들이 모두 살아있는 게 확인됐다. 이때부터 전 세계가 이들의 생환을 기원해 왔다.
구조가 시작된 이날엔 칠레 전국 곳곳에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작업 과정을 전했다. 첫 매몰자가 구조된 순간 전국의 교회엔 일제히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의 차들도 경적을 울렸다.
전 세계의 TV와 인터넷도 실시간으로 현장을 중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구조대원을 격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33명이 모두 구조되기까지는 30시간이 넘게 걸릴 전망이다. 그때까지 산호세 광산에선 가족들과 구조대원, 취재진들이 쉼 없이 구호를 외칠 것이다.
“치!치!치! 레!레!레! 브라보, 칠레의 광부들!” 관련기사 2·3·4면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