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환율 공격 속셈… 한국 ‘환율전쟁’ 중심에 서나
입력 2010-10-13 21:18
일본이 한국에 대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리더십까지 들먹이며 환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미국·유럽 대 중국이라는 환율전쟁의 대치전선이 선진국 대 신흥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연일 중국을 비판하고 일본 정부가 6년 만에 직접 환시장에 개입했음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선진국들이 신흥국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엔·달러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의 제품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원·엔 환율도 크게 떨어지지 않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일본의 도발, 배경은…선진국과 신흥국 헤게모니 싸움 시각도=엔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식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한 일본이 한국을 마치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상습 환율개입 국가로 낙인찍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불만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달 환시장에 2조엔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오히려 엔·달러 환율은 하락했다(엔화가치 상승). 달러당 엔화는 지난달 말 83.3엔에서 13일 현재 81.83엔으로 떨어졌다. 원·엔 환율도 최근 한 달 정도만 원화가치가 급등(원·엔 환율 하락)했을 뿐 연초 대비로 보면 100엔당 원화는 오히려 100원가량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제조업 경쟁이 치열한 일본으로서는 원화가치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의 갈등으로 국한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주 미국에서 모임을 갖고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들은 현 시점에서 환율시장에 구두개입도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한국은 외국환은행에 대해 특별 공동검사라는 제도를 통해 간접 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브라질도 외자에 대한 과세를 통해 환율방어에 나섰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도 너도나도 환율 지키기에 나선 신흥국들의 각개전투에 선진국의 불만이 부쩍 높아진 것이다. 반면 미국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중국이 메인 타깃이긴 하겠지만 환율전쟁은 근본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 헤게모니 싸움”이라며 “아시아 신흥국의 선두주자이면서도 G20 의장국인 한국을 지목하면서 전체 신흥국들에 대해 환율시장 개입을 경고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재발 방지 요구=정부는 일본 총리와 재무상의 발언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일본 측은 유감의 뜻을 전하고 또다시 이러한 취지의 발언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중에 일본 재무성에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며 “일본도 ‘다른 나라 외환 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임을 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고세욱 정동권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