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귀천’ 25년 만에 문 닫는다

입력 2010-10-13 18:37

서울 인사동 전통찻집 ‘귀천(歸天)’이 25년 만에 문을 닫는다.

고(故)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씨가 1985년부터 운영해온 귀천은 오랫동안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신경림 시인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이곳을 즐겨 찾았다. 그러나 귀천은 목씨가 지난 8월 26일 별세하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해 결국 사라지게 됐다.

귀천은 일년 내내 하루도 문을 닫지 않는 찻집으로 유명했다. “찾아왔다가 문이 닫혀 있어 돌아가는 손님이 있어선 안 된다”는 목씨의 신념 때문이었다. 목씨가 1993년 펴낸 수필집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에는 귀천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남편이 귀천에서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는 보고 싶은 친구들과 아는 이들을 만나고 ‘세금’까지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천 시인이 목씨 몰래 지인들에게 ‘등급에 따라’ 술값을 받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천 시인 부부의 삶의 터전이었던 귀천 자리에는 이달 말 다른 음식점이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목씨의 조카들이 8년 전부터 운영해온 귀천 2호점은 인사동에 그대로 남아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